“학생이 매일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주부 A씨(40·포항시 북구)는 18일 저녁 딸 아이와 한바탕 ‘등교 전쟁’을 치렀다. 다음날부터 매일 등교하게 된 아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 것부터 싫다고 생떼를 부리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A씨는 “매일 등교하라는 교육부 방침을 아이가 전혀 반기지 않는 눈치”라며 “원격수업이 더 좋다고 학교 가기 싫다는데 앞으로 아침마다 등교 전쟁을 벌일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19일부터 경북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등학교 1학년의 매일 등교가 시작되지만,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와 학교에 보내야 하는 부모 사이에 ‘등교 전쟁’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최근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낮아짐에 따라 등교 수업 확대 방침을 18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19일부터 전국 유·초·중·고교의 등교 인원 제한이 학생 3분의 2로 완화돼 등교 수업 일수가 늘어난다. 학교 여건이나 지역에 따라 밀집도를 더 완화할 수 있게 돼 초등학교 1학년은 대부분 지역에서 매일 등교하게 됐다.

경북도교육청도 등교 계획을 조정했다. 일부 과대 학교를 제외하고 매일 등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소규모 학교 기준은 전교생 60명 이하에서 300명으로 대폭 완화했다. 25학급 이상의 과대 초등학교의 경우 같은 시간대에 교내 밀집도를 3분의 2 이내로 유지하기로 했다. 수업 시간을 조절해 학년별로 오전·오후로 나누면 매일 등교도 할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은 돌봄 문제 해결과 원격수업의 어려움, 학교생활 적응, 사회성 함양, 기초 학력 보장 등을 위해 매일 등교를 권장했다.

매일 등교 대상이 된 초등학생들은 정작 학교가기를 꺼리는 듯한 반응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교육 현장에서 등교 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격주 또는 격일 등교가 이어진 탓에 매일 등교가 익숙지 않아서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는 한모(38·포항시 북구)씨는 “1학년 땐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학교에 빠지지 않던 아이가 지금은 학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며 “이제는 격주 등교를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온라인 수업 이후 아이의 생활습관이 엉망이 됐다”고 털어놨다.

학부모들은 등교수업 확대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동안 온라인 강의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참여도나 집중력이 떨어진 데다 체계적인 학습관리가 되지 않아 대면수업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시간표에 따라 원격수업이 이뤄지고 출석 확인이나 과제수행과 같은 평가기준이 있었지만, 다분히 형식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비대면 수업의 한계가 문제시됐다. 원격 수업으로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생겨버린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도 많다.

초등학교 5학년, 1학년 자녀를 둔 B씨(44·포항시 남구)는 “온라인 강의를 틀어놓고 아이가 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모습을 자주 보여 얼마나 타이르고 싸웠는지 모른다”며 “원격수업이 끝나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몰라 빈둥거리는 아이들 때문에 코로나보다 더 살벌한 전쟁을 치렀다”고 말했다.

자녀를 매일 학교에 보낼 수 있어서 안도하면서도, 코로나19로 벌어진 학습격차를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수업만으로 학습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워 자녀의 성적이 떨어질까봐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부모들도 늘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등교수업 확대를 위해 오전·오후반 운영 방안을 내놓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등교수업을 오전·오후반으로 운영할 경우 학습 공백을 메꾸려 남는 시간을 학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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