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극 ‘구미호뎐’서 주인공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함께 소화
작품 선구안이 매우 뛰어난 배우”

구미호뎐 이동욱 /tvN 제공
데뷔 22년 차에도 작품마다 널뛰기하듯 도전하고, 또 그 선택이 적당히 달고 쓴 결과를 낳아 배우를 성장하게 한다.

배우 이동욱(39)이 이번에는 남자 구미호로 돌아왔다. 그가 출연 중인 tvN 수목극 ‘구미호뎐’은 기존 구미호 이야기들과 달리 주인공을 남자로 내세웠다. 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을 가진 이동욱에게 ‘도깨비’(2016∼2017) 속 저승사자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자신에게 큰 인기를 가져다줬던 저승사자를 ‘재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동욱은 그 저승사자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면서도 절대 똑같지 않게 차별화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일단 작품 자체가 흥미롭다. ‘구미호뎐’은 우렁각시, 여우누이와 구미호 등 전통설화를 새롭게 엮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각각의 이야기는 알지만 새롭게 엮었을 때의 결과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분명히 호기심이 생긴다.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이동욱은 가슴 아픈 사랑을 풀어가는 구미호 이연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며 여심을 붙들고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지난 17일 “처음에는 ‘도깨비’ 속 저승사자 이미지와 겹치는 게 아닌가 했지만, 이동욱답게 감정선을 잘 뽑아내고 코믹함과 진지함도 적절히 오가며 남자 구미호로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욱 소속사 킹콩 바이 스타쉽 관계자는 “이동욱이 평소 대본과 캐릭터 분석을 꼼꼼히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판타지 장르 특성상 철저한 준비보다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노력한다. 대본에 충실하되 현장에서 살을 붙이거나 덜어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욱은 대체 불가한 외모가 자칫 잘못하면 연기 스펙트럼을 좁힐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유난히 작품 선택을 도전적으로 해왔다.

드라마 ‘마이걸’(2005~2006) 성공 이후 공포영화 ‘아랑’(2006)에 참여했고, 공포영화 후에는 미스터리 멜로극 ‘달콤한 인생’(2008)을 선택했다. 판타지극 ‘도깨비’ 후에는 의학드라마 ‘라이프’(2018)를, ‘라이프’ 후에는 로코극 ‘진심이 닿다’(2019)를, 그다음에는 웹툰 원작 스릴러극 ‘타인은 지옥이다’(2019)를 고르는 식이다.

중간 중간에는 토크쇼 ‘강심장’과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엠넷 오디션 ‘프로듀스 엑스(X) 101’ 등의 MC에도 도전했다.

이러한 선택이 매번 호평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라이프’나 ‘진심이 닿다’, 일부 토크쇼는 흥행이나 연기(진행)력 측면에서 쓴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타인은 지옥이다’나 이번 ‘구미호뎐’ 같은 작품에서는 넓은 스펙트럼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앞서 부진했던 작품들도 결과적으로는 그의 능력치를 쌓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동욱이 최근 들어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작품을 잘 고르며 선구안을 증명하고 있다. ‘도깨비’도 그랬고 ‘타인은 지옥이다’에서의 사이코패스 연기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그냥 달콤한 연기라기보다는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섞인 이질적인 이미지를 잘 표현한다”며 “이동욱은 공포와 멜로의 달콤함을 함께 소화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