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 스님포항 운제산자장암 감원중앙승가대 강사
탄탄 스님
포항 운제산
자장암 감원
용인대 객원교수

불볕더위가 엊그제 같더니 제법 선선한 가을이다. 완연한 봄을 느끼거나 꽃이 활짝 피는 계절을 즐길 여유도 없이 신록의 계절인가 했더니 어느덧 낙엽이 우수수 지는,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사색의 계절이 되었다.

연초 발생한 전대미문의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많은 것을 앗아가기도 했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에도 충분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관계 속에 부딪히고 마주하여 이루고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지구촌은 함께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공동체라는 화두를 던져주기도 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회성이다. 너나없이 세상의 우리들은 ‘관계 맺음’의 천재였다. 인간은 사소한 일로 다툰 친구와 화해를 하며 별것 아닌 문제로 틀어진 동료를 달래주고 나 아닌 타인의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러한 감정들을 데이터화하고 수치화시킨 지능 프로그램으로 컴퓨터나 로봇에게 부여하기엔 아직 거의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현재 직업 가운데 47%가 지상에서 사라진다는 UN미래 보고서의 발표가 있었다. 지적 노동의 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사람은 인공지능의 보조 역할이나 하게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구글에선 벌써 인간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머지않아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로봇이 자아를 갖고 우리에게 덤벼드는 상황도 가능해지는 건 아닐까?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10년 이내에 인류 사회를 급격하게 바꿀 거라고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일상을 해결하는 효율적인 기술을 다 차지할지라도, 자족(自足)의 지혜로 채워내는 인간의 행복까지 빼앗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날은 너무도 무지했다. 하루하루 쓸데없는 욕구불만이 어김없이 번민과 고뇌의 산물이었건만, 이를 깨닫지 못하고 하루하루 무지몽매하게만 살아왔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작은 것에 만족하고 떳떳하게 사는 길이라는 작은 깨우침을 비로소 얻게 된다. 삿된 욕심을 적게 지니면 마음만은 평안해질 수 있다. 세상 사는 거 다 오십보백보다. 누리고 산다고 해도 중생고를 벗어날 수 없듯이, 가질수록 갈증이 더해만 가듯이, 이제는 소욕자족하며 살자는 뼈아픈 깨달음 앞에 속절없이 무릎을 꿇는다.

타인을 아프게 하지 않으면 나 자신도 아플 일 없다. 이제라도 더욱 선하게 손해 본 듯이 살아보자. 문명이 진보하여 세상이 더 편리해진다고 인류가 모두 행복할까? 돌이켜보면, 차도 노트북도 핸드폰조차도 소유하지 않았던 예전이 결코 지금보다 덜 행복하였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