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인<br>포항 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문가인
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얼마 전 뉴스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의 불면증 환자가 50만 명이라고 한다. 이는 정신과 등 의료기관을 이용한 사람만 통계수치로 집계된 것이니, 실제로는 더 많다는 이야기다.

포항 인구가 약 50만 명이라고 하니 한 도시의 사람 전체가 불면증으로 잠을 설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용실에 가서 노인들이 와서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의 주제는 대부분 잠에 대한 것이다. 그만큼 수면은 우리의 적응과 부적응 더 나아가서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간의 생리적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연예인에 관한 기사를 다루는 미디어에서도 연예인 아무개가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치료받았다는 내용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잠이 안 와서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았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잠이 안 오면 수면제 정도 먹는 것은 숨길 일도 아닐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는 것 같다.

잠, 식사, 성, 배설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도 심리적 원인에 의하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심리적 장애로 분류되는데, 잠의 경우는 수면장애라고 DSM-5(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5판)에는 분류되어 있다.

여러 가지 인간의 생리적 욕구가 부적응적이면 심리적 장애로 고통받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잠은 그 어느 것보다도 정신건강의 척도로 생각된다.

정신과병원이나 한의원에 가면 “잠은 잘 주무십니까?”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정신과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로 근무할 때 조현병 환자들에게 매번 입원 동기에 대해 질문을 하곤 했는데, 거의 수학 공식처럼 그들은 비슷한 응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상심리전문가: “당신은 어떻게 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나요?”

환자: “제가 1개월 이상 집에 혼자 있었거든요.”

임상심리전문가: “네 그랬군요.”

환자: “잠이 안 오기 시작하더니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여기에 데려와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즉, 잠을 잘 못자면 심각한 심리적 문제인 조현병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초보 심리학자 시절에는 불면증을 심리상담으로 낫게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잠이 안 오면 일단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아서 약으로 치료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수만 명을 심리상담해본 나의 임상적 결론으로는 불면증도 심리적 문제에 기인한 경우는 호전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불면증에 관한 심리상담 성공사례도 많을뿐더러 마음의 이치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호전된다면 불면증도 호전될 수 있는 것이고 조현병도 호전될 수 있는 것이다. 불면증 환자란 ‘잠에 대한 잘못된 생각’, ‘잠에 대한 집착’, ‘잠에 대한 트라우마’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면증은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인지행동치료와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최면치료로 극복될 수 있다.

오늘도 잠 못 드는 그대여, 잠의 신은 원할수록 더욱 멀리 달아난다는 것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