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수필가
윤영대
수필가

10월은 축제의 계절, 이번 주에는 차가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의 절기가 있어 추위가 시작되고 우리 고장의 산과 들, 거리도 태양에 물든 울긋불긋한 잎새들이 단풍축제를 펼칠 것이다. 보통 이맘때면 체육의 날이니 문화의 날이니 하며 체육대회와 예술공연 등 각종 축제가 신나게 벌어질 텐데 코로나 사태로 조용하니,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추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마음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포항의 가을 축제는 ‘스틸아트페스티벌’이 대표적인데 올해는 지난 10일 온라인 개막을 시작으로 8년간 모아온 177개의 작품을 가을 하늘 아래 펼치고 그 작품들을 담은 ‘포항스틸아트투어’ 앱을 제작하여 알렸다. 여느 때와는 달리 흥겨운 공연과 체험행사를 없애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축제’라는 이름의 신기원을 마련한 것이다.

‘하이브리드’란 이종, 혼합이란 의미가 있는데 아마도 여기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뜻하겠지만, 주로 실내 전시공간에서 찬찬히 둘러보는 기존의 작품관람 형태에 열린 공간에서의 산책이나 짧은 여행을 겸한 넓은 의미로 이해해도 좋지 않을까 한다. 보통 예술작품전은 한정된 공간에서 조용히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포항 스틸아트처럼 철강제품으로 만든 대형 조각작품들은 넓은 실외에서 멀리서 가까이서 두루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고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2020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투어앱을 스마트폰에 깔아서 작품전을 가상으로 둘러 보았다.

투어 코스를 보니 ‘운하 올림픽’ ‘철길숲 프사맛집’ ‘꽃길만 걷자’ ‘동화 속의 나’ 등 10개의 주제가 재미있고 걸어서 볼 수 있는 거리인데 10km가 넘는 코스도 있다. 또 20여 개 이상의 작품이 설치된 영일대해수욕장, 철길숲, 포항운하, 오천예술로 등 4곳에는 스틸정원을 꾸미고 시민들로 구성된 안내 도우미 ‘스틸나누미(美)’가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각 코스마다 작품의 사진과 함께 설명이 되어있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고 하니 스탬프 투어도 하며 도우미들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노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맛이 있으리라. 그리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포항의 상징인 ‘철’이 형상화된 이미지를 한 번 더 가슴에 안아보면 코로나로 찌든 마음이 훨씬 단단해질 것이라 믿는다. 이번 작품전의 주제인 ‘온고지신, 새로운 10년을 향해’처럼 스틸아트 작품에 대한 재인식을 시도하여 철강도시 포항의 이미지에 예술도시로의 꿈도 아우를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포항에는 큰 시립미술관도 있고 문예회관도 있어 계절마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퍼져나가고 있지만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공간이 되어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그리고 스틸아트 작품들의 소재가 장기간 야외전시에 적합하니 관광 테마로서도 시민 정서순화에도 더할 나위 없겠다.

코로나19가 덮어버린 축제의 계절을 그냥 기죽어 있지 말고 밝은 마음으로 길을 걸으며 ‘스틸아트 보딩패스’를 만들어 작품과 사진도 찍어 SNS이벤트에도 참여하며 처음 들어보는 ‘하이브리드 축제’의 뜻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