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미대사가 국정감사장에서 ‘한미 동맹’을 마구 흔들고,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BTS(방탄소년단)에 깡패 짓을 하는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일각에서 이런 흐름을 문재인 정권의 성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태로 분석하면서 심대한 국익손실을 탄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기가 정해진 정권이 이렇게 국가의 정통성과 존립기반을 마구 흔들어도 되는지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수혁 대사는 국감장에서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한미 동맹의 신뢰를 갉아먹는 발언을 했다. 그는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것(한미 동맹)을 계속해야 한다는 건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는 야릇한 논법도 구사했다. 미국에 파견된 대사의 발언이라는 측면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한미 동맹이 최악에 이른 이유 하나가 노정된 셈이다.

문제는 여당 지도부가 이 대사의 발언을 줄줄이 두둔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동맹을 성역처럼 신성시하는 태도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퍼스트(first)라는 관점에서 발언을 하면 금방이라도 한미 동맹이 깨질 것처럼 난리가 난다”고 거들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중국 네티즌들이 BTS의 수상 소감을 문제 삼아 구상유취한 시비를 걸고 환구시보가 이를 받아쓴 일에 대해 마치 중국 최고위원처럼 논평했다. 그는 “민족적 자부심이나 역사적 상처를 건드리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고는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막말을 했을 때 그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그러잖아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우리 외교가 엉망진창이 됐다는 비판이 넘쳐나고 있다. 한미 동맹은 속절없이 흔들리고, 중국은 한국에 대해 점점 더 오만방자해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 이 나라가 도대체 언제나 돼야 국제사회에서 멀쩡한 나라 취급을 받을 것인지 걱정이 늘어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