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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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70주년을 맞아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얼마전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을 받은 방탄소년단(BTS)이 전한 수상 소감이다.

밴플리트상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국 제8군 사령관으로 참전했던 제임스 밴 플리트(James A. Van Fleet) 장군을 기리며 1992년 제정한 상으로 한·미 관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 한다.

BTS의 수상소감은 그간 한미가 함께 걸어온 길을 생각할 때 매우 당연하고 멋진 소감이었다. 그런데 이 발언으로 BTS는 중국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 누리꾼은 “중국에서 나가라”, “BTS 좋아하면 매국노” 등의 글을 올리며 팬클럽에서 탈퇴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이 BTS의 수상 소감에 대한 트집은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그들의 한국전쟁에 대한 시각 때문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중국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불법침략으로 수백만의 희생자를 낸 한국전쟁의 결과를 “미국에 항거하고 북한을 지켜 냈다”고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사실상 한국전쟁 중 한반도가 통일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막은 국가이다. 압록강까지 진군한 한미연합군이 통일을 목전에 두었을 때 인해전술의 중국군의 한반도 진입으로 한국 통일의 절호의 기회는 좌절됐고 그리고 그후 70년 가까이 분단 한국은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이라고 그들이 부르는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관련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방영하며 당시 참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내부 결집을 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전방위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전쟁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것은 국내적으로 애국주의를 강조해 내부결집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홍콩 민주화 활동가 조슈아 웡이 한국 BTS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생트집을 비판하면서 중국의 민족주의 고조에 우려를 표했다. 웡은 중국 누리꾼들의 불합리한 공격 속에 BTS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는 정말 가관이다. 북한의 로켓으로 위장한 미사일 발사나 대륙간 탄도탄 발사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고 의례적인 성명서만 내는 중국이 한국의 자체 방어를 위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관해서는 민감한 반응과 함께 도를 넘는 협박성 발언과 제재를 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은 힌반도의 분단을 즐기고 있다. 결코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은 그들에겐 지역적으로 완충작용(buffer)을 해주는 고마운 국가이다.

항미원조를 부르짖고 있는 중국에게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확고한 미국 및 우방과의 결속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의연한 자세를 견지하는 일본의 대외정책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그러한 강한 힘만이 우리를 지켜낼 수 있다. 굴욕적인 미소로 평화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돌아오는 건 무시와 조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