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용 선

정작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눈 밝고, 귀가 예민하던 그때는 너무 젊어서

보는 것마다 모두 또렷한 사실로

듣는 소리마다 명증한 진실로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다

눈이 침침해지고 귀는 점점 어두워지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 생각을 조금 하게 되었다

살며 겪은 세월이라고는 하지만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으니까

이리저리 더듬으며 앞뒤를 가리게 되었고,

더 귀를 기울여 무슨 소리인지 헤아려야 했다

그런데도 아직 보고 듣는 어느 것 하나

온전한 분별에 이르지 못한 채

고작 남은 기억에나 기대어서

겨우 하나에 하나를 견주고 있으니,

얼마나 둔하고 어리석은가?

이제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청춘의 시간은 귀와 눈이 밝아 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신감도 있었고, 어떤 일을 결행하는 일에도 속도와 힘이 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나이 들어 감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부끄럽고 부끄럽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진솔하고 겸허하다. 세월에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한 생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