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도시는 사람을 끌어당겼다. 국토면적 대비 도시면적은 겨우 16.7%이지만, 전체 인구의 91.8%가 도시에 산다. 특히 수도권의 인구집중 현상은 심각함이 도를 넘어, 전체 인구의 49.8%가 몰려 거주한다. 1㎞ 당 강원도에는 90명이 거주하는 반면, 서울에는 같은 면적에 무려 16,034명이 함께 산다. 어느 곳이 살기 좋을까. 질문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에 따라 답은 천차만별이겠으나, 일단 차이는 극명하게 보인다. 지역에서 청춘을 보내는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졸업 후에는 거의 모두 지역을 떠날 기대를 품는다. 모두 서울로 도시로 이주해 버린 지역에는 노인들만 남아 명맥을 겨우 유지한다.

국토균형발전이라고 불렀다. 벌어진 일은 지방을 도시처럼 만들어 내는 게 고작이었다. 도시기능을 지역 환경에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획일화된 도시화를 진행하는 동안 지역 특성은 사라져 버리는 ‘문명의 지우개’를 경험하였다. 도시마다 거의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고 지역마다 있었던 풋풋하고 색다른 모습들은 점차 사라져가는 게 현실이 아닌가. 목포와 삼척은 어떻게 다른가. 군산과 포항은 무엇이 다른가. 원주와 나주는 무엇이 다르다 할 것이며 수원과 경주는 다른가 같은가. 동네마다 변하고는 있지만 모두 같은 얼굴로 바뀌어 가는 게 아닌가. 남다른 스토리와 특별한 풍습이 독특한 방언을 타고 사람들 사이에 나누어지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서울로만 이해되는 게 아니라, 부산과 인천, 광주와 춘천도 수도권 못지않은 흡입력을 가지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

지역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중앙의 결정과 지원에 의존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침 대통령이 이제는 지역부터 역동적으로 변화해 가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지역 주도로 창의적 발전모델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상상력은 지역에서 분출되어야 한다. 밖으로부터의 시혜에 기대는 발전모델이 아니라 안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용솟음치는 창의가 있어야 한다. 동네마다 문화가 있고 마을마다 옛이야기가 있다. 고향냄새 가득한 먹거리가 있고 그곳에만 있는 볼거리가 있다. 도시로 몰려가느라 잊었던 기억을 다시 살려낼 소재가 지역에는 한가득이다. 바다와 산, 들판과 하늘은 도시에 없다. 풀벌레 소리 가득한 캄캄한 밤이 없으며 도란도란 익어가는 함께 사는 느낌도 수도권에는 흔하지 않다.

도시화에 지친 현대인의 진정한 회복은 지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의 열쇠는 치밀한 지방화(Localization)에 있다고 한다. 지역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 지역에 모두 맡겨야 한다. 새로운 것은 놀랍게도 늘 변방에서 나온다. 한국판 뉴딜정책에 방금 추가했다는 ‘지역균형 뉴딜’이 이번에는 지역의 추동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과감한 지방분권을 지향해야 한다.

지역이 살아나지 않고 나라가 반듯하게 설 방법이 없다. 서울공화국의 오명을 씻어야 한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선다. 지방을 세워야 국격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