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인간은 어느 생물체보다 자생력과 생존력이 강하다. 인류는 유사 이래 수많은 시련과 역경 속에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적응하며 종족 보존과 문명사회를 이뤄왔다. 또한 끊임없는 학습과 반복, 도전과 진화로 지속적이고 비약적인 방향으로의 새로운 발전을 거듭해가고 있다. 변화를 통해 진보하고 창의로 융합하여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인류사회의 궁극적인 변화와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그 원동력의 이면에는 정치, 경제, 사회, 관습, 이념, 정서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겠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문화적인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여겨진다. 문화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집단의 정신적, 물질적 과정의 산물로 우리의 삶과 생활에 밀접하고 다양한 장르와 광범위한 양식을 포괄하고 있다. 문화적인 저력과 부침에 따라 사회나 나라가 성쇠하고 흥망이 좌우됨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문화의 파급력과 지속성이 크기 때문이다.

언제 종식될지 모를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비대면 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수업, 화상 강의, 화상 회의, 온라인 공연, 영상 전시, 무관중 경기, 언택트 여행, 언택트 이코노미 등 교육과 연예, 예술, 체육, 레저, 경제, 의식 등 사회 전반적인 부문에서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하지 않거나 접촉을 지양하면서 최소한의 활동만 유지하는 비대면 트렌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미상불 전염병이 생경한 사회현상과 이색적인 문화를 전이시키는 듯하다.

그러나 인간은 이미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질수록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 비대면성(非對面性)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 매체를 통한 채팅, 통신망에서의 온라인 만남, 인터넷 주문, 비대면 계좌 등은 통용된지 십 수년 전의 일이고, 만능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심지어 비대면이 지나쳐 인간적인 만남과 소통까지 소원하고 단절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적인 흐름과 변화의 방향을 읽고 발 빠르게 대처해가는 일이다. 주변 상황에 촉수를 높이고 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비대면의 움직임에 자구적(自救的)인 방안과 공생적인 가치를 찾아야 한다. 바이러스가 만연하는데 언제까지 대면문화만 고집할 것인가. 때에 따라선 비대면 문화가 훨씬 유용하고 효과적일 수도 있다. 예컨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화상으로 전시되는 기획전에서는 온라인 큐레이터의 자세한 작품설명과 연관되는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자연의 풍광을 무대로 송출되는 국악이나 클래식 연주는 물과 바람처럼 흐르는 음조의 선율이 향기로 피어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추석전야에 열린 나훈아의 방대한 언택트 공연으로 많은 국민들이 흉흉해진 한가위 분위기에 그나마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또한 지난 주 열린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는 전세계 100만명에 가까운 시청자들로부터 경이로움과 찬사를 받기도 했다. 첨단기기를 활용한 멀티뷰 기능과 증강현실(AR) 등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팬들에게 흥미롭고 만족스런 볼거리를 제공할 만큼 비대면 문화도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