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주민·지자체·정치권 등
반대 총공세에 내달로 순연
11월 중·하순께 재개 예정
일부 “국감 모면용 국방부 꼼수”

속보 =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약 한 달간 실시 예정이었던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훈련<본지 10월 8일자 5면 보도>이 연기됐다.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지방의회에 더해 정치권까지 총공세를 펼치면서 훈련을 강행하려고 했던 군(軍)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군 당국은 12일 오전부터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상사격장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을 내달로 순연했다. 지난 8일 늦은 오후께 내부적으로 이러한 방침을 정해 주민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의 집단 반발에 더해 국정감사 시기 등이 겹치면서 군이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군은 오는 11월 중·후순께 훈련을 재개하기로 한 상태다. 주민들이 원하는 ‘수성사격장 내 훈련 전면 백지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내·외부에서는 “국방부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0월 한 달간 진행되는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해 군이 잠정 연기가 아닌 한 달 순연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조현측 포항 장기면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원장은 “훈련이 연기만 돼 있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면서 “우리는 무조건 (수성사격장)폐쇄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11일에는 포항 장기면 수성사격장 앞에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장기면민들과 국민의힘 김정재, 김병욱 의원을 비롯한 포항의 도의원, 시의원들이 모두 함께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김정재(경북 포항북) 의원은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에 대해 장기면민, 남구 주민뿐만 아니라 포항시민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국방부는 알아야 한다”며 “훈련 계획이 완전 취소될 때까지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 포천에서 주민들의 반대와 시위로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을 중단해 놓고 왜 우리 포항 수성사격장으로 오느냐”며 “이는 정부가 우리 포항을 우습게, 만만하게 보기 때문 아니냐”고 했다.

김병욱 의원도 “지난 60여년 간 장기 주민과 포항 시민들이 국가 안보와 해병대를 위해 탱크와 포 사격을 인내하고 살았는데 정부가 선물은 못 줄망정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까지 떠맡으라고 한다”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아파치 헬기가 수성사격장에서 훈련을 하면 앞으로는 해병대의 훈련도 주민들과 함께 막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설훈(경남 창원) 의원 측 보좌진들이 포항에서 주민들과 만나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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