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위해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아내를 열녀(烈女)라 불렀다. 옛날에는 열녀를 기리는 비(碑)를 세워 그녀의 공덕을 찬양하고 널리 알렸다.

유교에서 중요시하는 덕목으로 효(孝)와 열(烈)이 있다. 효는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이며, 열은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이다. 여필종부(女必從夫)의 개념이다. 여성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봉건적 발상에서 비롯된 잘못된 역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조선시대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재혼을 할 수 없도록 아예 법제화했다. 법으로 재혼을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개가(改嫁) 자체가 죄악시 되는 사회였다. 지금 생각하면 남존여비 사상의 병폐가 얼마나 극심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절반 정도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성인의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남학생보다 여학생일수록 더 그렇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바라보는 부부란 서로의 인격이 존중받고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적 관계이지 어느 한쪽 우월적 개념은 아니다. 부부가 뜻이 잘 맞아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된다면 좋지만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일심동체를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데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요즘 젊은이의 사고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코로나 와중에 요트 구입 차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절반 정도 나왔다. 다소 의외지만 법률적 문제가 없다면 개인의 자유개념이 존중돼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남편의 해외여행을 억지로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부 일심동체’라는 말이 더 이상 우리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된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