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지금 소비자의 소비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현상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역 소상공인들이 중심인 소매유통업계가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변화에 최대한 맞춰 온라인 거래수단을 확보해 나가는 한편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는 대상 고객의 선별, 최대한 청년층의 온라인거래 대상이 아닌 물품 선정과 같은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세를 숙일 줄 모른 무서운 역병, 코로나19가 이제는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선거까지 개입할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까지 감염됨에 따라 이후 아주 특별한 사건이 미국 정계를 뒤흔들지 않는 한 바이든 후보 진영이 승리할 것이라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세계 각국의 정치계만이 아니라 산업,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코로나19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있는 지금(with 코로나)까지 일어난 변화는 앞으로(post 코로나)도 계속 이어질 여지는 매우 크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며 그 영향은 전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상공인들이 주로 종사하고 있는 소매유통점들은 그 변화의 태풍 한가운데에서 방향감각을 잃은 채 넋을 놓고 있다.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소매유통업계의 처음부터 끝까지 당연시하였던 개념들마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매유통업이라면 제조업체나 도매상에서 구매한 물품을 자기점포에 진열하면 끝이었다. 소비자들은 직접 가게까지 발품을 팔아 찾아와 진열된 물건을 직접 만져 살펴보거나 입어보고, 신어보며, 때로는 맛보기까지 한 후 그 물건 중에서 선택하여 구매하는 거래만 경험해왔다. 이것이 달라졌다. 소매유통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오프라인구매에서 비대면, 비접촉의 온라인구매로 거래형태가 반강제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전국이든 지역이든 일정 지역 범위에 있는 유통시장의 거래 규모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오프라인 소매유통점 매출은 바닥으로, 온라인 유통점의 매출은 천정으로 향하고 있다. 소매유통점이 가졌던 매출액이 온라인 유통으로 이전되는 거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통시장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부진에 빠진 지역 소매유통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과연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소매유통업계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소비자의 거래행태는 종전보다 많이 다양해질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생필품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지역 가게, 시장, 마트에서만 구매해왔다. 명품과 같이 해당 지역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이 아닌 한.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새로운 거래 수단을 학습하였다. 집에서 전화나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택배로 쉽게 배달된다는 신세계를 충분히 맛본 것이다. 택배의 편리함, 굳이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야 하는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된다. 집에 앉아 다른 시간을 만들 수 있고 온라인이나 카드로 결제하고 배달되는 간편함을 적어도 6개월 이상 누려왔다. 이들이 새로 익힌 이 소비행위는 특별한 전환점이 생기지 않는 한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 오프라인 소매유통업자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소비자의 진화다.

또 하나, 유통시장에서의 권력도 점차 소매유통점(판매자)에서 소비자(구매자)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지역 소매유통점은 일종의 제조업체 판매대리점으로서 그동안 공급자 중심 유통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당 지역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에 철저하게 맞춘 물건들로 채우지 않는 한 게을러진 손님들을 가게로 찾아오게 만들기는 어려워졌다. 예전처럼 있는 것에서 사가라는 판매대리점의 입장을 빨리 버리고, 소비자를 대신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가게로 탈바꿈하여야만 생존 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끝으로 앞의 두 사실을 생각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갖춘 혼합형 소매유통점, 그리고 소비자 기호와 선호를 반영한 구매 대행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까지 동원하여 치밀하게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소매유통점을 중심으로 지역 유통업계는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없다. 앞으로 소매유통점의 진정한 경쟁자는 주변의 상가나 옆 가게가 아닌 인터넷에 존재하는 온라인 유통점들이다. 소비자의 구매력, 지갑 속에 있는 돈은 무제한이 아니다. 생활에 쓸 수 있거나 사용하는 돈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거래방식에서 어느 한쪽을 이용하면 당연히 다른 거래방식에 이용할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단순한 사실이 지역 소상공인들 가게가 어려워진 이유다.

이처럼 오프라인 소비가 온라인소비로 이동하는 현상은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주요 소매유통업종의 온라인시장은 급성장하였다. 주류 및 음식료품은 8.9%, 가구 및 잡화는 8.5%, 가전 및 컴퓨터기기는 7.5%가 커졌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일본임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성장세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 업종들이 모두 오프라인이었던 것도 아니다. 가구 및 잡화, 가전 등은 온라인 유통시장에 30~40%나 이미 진출한 상태였는데도 이러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일본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소매유통업계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해왔을 것이라 짐작해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지역 유통업계도 어떤 형태로든, 어떤 방식이든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지역 소매유통업계가 나아갈 길은 사실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첫째, 인구사회의 구조변화를 꼭 생각해야만 한다. 과거 인구가 확장되던 시기에는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소매유통업계가 가져다주는 대로 감사하며 받을 수밖에 없는 공급자 우선 시장이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소비자는 새로운 공급자도 만나보았다. 앞으로 지역 유통업자는 철저하게 지역민 취향을 만족시키는 구매대행자를 자처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둘째, 온라인거래 기반을 마련하기 힘들면 전화로 주문받고 배달해주는 서비스라도 갖추어야만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거래 모두 되는 소매유통점으로 변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지역 소비자들이 동네 점포가 변화할 때까지 느긋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앞으로 상대할 소비자 고객계층을 최대한 좁혀나가야 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라는 현상을 뼈에 새겨야만 한다. 지방 도시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금 구도심에 신장개업하고 있는 소매유통점들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 20대, 30대 연령층이 선호하는 상품군, 온라인거래로도 구매하고 있는 상품군을 다루는 유통점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온라인거래로도 규격, 크기를 선택하여 충분히 살 수 있는 물품들을 취급하는 대리점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실 지방 도시에서 이와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유통점들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진전되고 있는 지역의 소비시장을 생각하면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신장개업하는 유통점들은 최소한 인구가 늘어나는 60대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었으면 한다.

지역 소상공인들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이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 믿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지금 시대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단지 시기와 속도를 좀 더 일찍 당겼을 뿐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