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br>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미국이 혼돈을 겪는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주말을 병원에서 지냈다지만, 완치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국사가 중대하고 대선캠페인이 시급하다지만, 전 세계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가울 수 밖에 없다. 팬데믹으로 알려진 대감염상황을 매우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규정한다거나 기본 방역수칙인 마스크착용 여부에 관해서도 그는 매우 부정적이다. 퇴원하여 관저 앞에 서서 그는 마스크를 ‘시원하게’ 벗는 상직적 제스추어를 연출하였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 이런 모습들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제시된다면 몰라도, 누가 보아도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행동이므로 시민들에게는 극심한 혼란만을 초래하는 일이다.

코로나19는 물러갈 것인가. 2020년이 마비되었다. 세계적으로 3천500만 명을 감염시킨 이 바이러스는 100만이 넘는 사람들의 생명을 앗으면서도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다. 미국뿐 아니라 지구상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보건정책을 정치성향과 섞은 나머지, 정상적인 예방과 방역에마저 이념적인 프리즘을 들이대면서 편견과 주장을 하면 어떤 결과까지 맞을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도가 도를 넘어 국민 앞에 선 지도자가 저처럼 자극적이며 선동적인 행태를 반복하면 국민이 얼마나 불안할 것인지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런 모습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심할 수 있을까. 엇비슷한 태도가 빌미가 되어 국민건강에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우리에게는 없는 것일까.

코로나19로부터 의외로 많이 배운다. 민주시민이 정책과 집행에 대하여 얼마나 깨어있어야 하는지를 깨우치는 중이며, 정부는 국민의 반응에 어떤 진정성으로 답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중이다.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소재이다 보니 관심도 높고 반응도 빠르다. 그 영향에 있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해당하는 일이라 온 국민이 이해당사자인 셈이다. 위기상황이 진행되는 가운데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하므로 정치적인 계산이 끼어들 틈이 그리 없어 보인다. 진영의 논리로 편을 갈라칠 양이면, 자칫 코로나19 피해가 눈덩이가 되지 않겠나. 그런 위험을 미국의 모습에서 이미 보고있는 셈이다. 저들이 잘 극복하길 바라지만, 국민들 사이에 골이 저렇게 깊어서야 정치도 방역도 회복이 어렵지 싶다. 우리에겐 타산지석이 아닌가.

코로나19가 가져온 뉴노멀에는 ‘표현방식’도 들어있다. 광화문과 서초동의 기억이 엊그제인데 어느 틈에 비대면과 언택트가 들어와 앉았다. 강의와 교육도 온라인과 디지털을 매개로 하는 바에야 집단의사의 표현방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어려울 때 발전하였다. 성가셔야 뚫고 나간다.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세상에 편을 갈라 이길 방법이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남을 무찌르며 헤쳐갈 길이 아니다. 당략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정책으로 이겨내야 한다. 오늘, 방역은 정치보다 중요하다. 홀로 영웅이 되기보다 함께 위기를 헤쳐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