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물가, 하락 기미 없어
태풍·장마·코로나 여파 계속돼
9월 지수 6개월만 최대 폭 상승
쇠고기·돼지고기 20% 넘게 ‘↑’
배추·무 등 채소 최대 2배까지
김장철 앞둔 서민 가계 큰 부담
서비스·외식 분야는 소폭 그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장바구니 물가가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와 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쏟아지며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대신 ‘집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면서 쇠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등 김장재료 가격이 평년대비 최대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서민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6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20(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1.0%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월(1.0%)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1.5%)부터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4월(0.1%) 0%대로 내려앉았다. 5월(-0.3%)에는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6월(0.0%) 보합을 보인 후 3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은 13.5% 상승하며 2011년 3월(14.6%)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채솟값 급등이 가장 눈에 띄었다.

채소류 가격이 34.7% 오른 가운데 배추가 67.3% 상승했으며 무는 89.8%, 토마토는 54.7% 올랐다.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배추, 무 등 김장재료 가격 상승은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대구지역의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1만3천원으로, 추석연휴 이전인 1개월 전 9천원 대비 44.4%나 치솟았다. 평년 가격인 6천483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같은날 경북의 배추 1포기 소매가격도 1만2천원으로 평년 6천49원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금배추’라 불리며 김장을 꺼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부 김모(56·포항시 북구 장성동)씨는 “김장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배추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김치를 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주재료인 배추만 ‘금배추’인게 아니라 무, 고추 등 나머지 재료도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죽도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최모(64·여)씨는 “요즘 들어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이 가격만 묻고 돌아서는 경우가 더욱 많아진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코로나19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집밥’문화가 형성되면서 국산 쇠고기(10.6%), 돼지고기(7.5%) 가격이 상승하며 축산물 가격도 1년 전보다 7.3%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경북지역 전통시장에서 국산 쇠고기 등심(1+등급) 가격은 100g 기준 1만500원으로 1년 전보다 23.5% 올랐다. 같은날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도 100g 기준 3천원으로 1년 전보다 25% 상승했다.

시민 이모(36·포항시 남구 효자동)씨는 “평소에 고깃집에 자주 가는 편이었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고기를 정육점에서 직접 구매해 집에서 구워먹고 있다”며 “코로나19 초기에는 고깃값이 비싸지 않았는데 점점 오르더니 요즘에는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스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보다 0.5% 상승했다. 고등학교 무상 교육 정책 등으로 공공서비스가 1.4% 하락하면서 낮은 상승률에 머무른 것이다. 개인서비스는 1.3% 올랐으나 이 중 외식 물가는 1.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예년의 경우 2∼3%씩 외식 물가가 상승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상승 폭이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0.9% 상승하며 8월(0.5%)에 이어 2개월 연속 플러스(+)를 보였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나 상승했다. 이는 2011년 2월(21.6%) 이후 최대 기록이다.

반면,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0.7% 하락했다. 가공식품은 1.2% 올랐으나 휘발유(-11.2%), 경유(-15.9%), 등유(-14.1%) 등 석유류가 12.0% 하락한 원인이 컸다. 도시가스(-10.3%), 지역 난방비(-2.6%) 등이 인하하면서 전기·수도·가스도 전년 동월 대비 4.1% 하락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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