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성 길

마음 끝까지 키를 세우네 일어서네 그대

일어서서 참으로 빈 마음일 때 아아 몸 눕히네

그대 더운 몸 눕히네

해 종일 그리운 언덕은 안중에도 없는지

발아래

발바닥 아래

소금으로 드러누워 반짝일 뿐이네

봉두난발 일상을 향해

젖은 발 하나 들어 올리면

매운 발바닥 선한 얼굴이

핏발 선 나를 가만히 보네

핏발 선 내가 가만히 보네

볼수록 순순한 소금 빛 지느러미들

그러나 그대 말하지 않네

일몰이면 왜 이리 무수한 칼날로 나를 덮치는지

그대 말하지 않네

깜깜할수록 더욱 눈부실 뿐이네

노을이 깔리며 저녁으로 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시인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바다는 마음도 몸도 하나인 ‘소금으로 드러누워’ 반짝이는데 자신은 마음만큼 몸도, 몸만큼 마음도 따라주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방어진 바다는 늘 변함없이 거기 그 모습으로 일렁이는데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자기 자신에게 묻는 것이다. 삶에 대한 새로운 자각에 이르는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