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험한 코로나 추석 연휴 ‘예전과는 많이 다른 풍경’
친인척 대신 소가족 나들이 대세에 유흥가 손님 줄고 관광지 북적
언택트·거리두기 강조로 일부 취약계층은 “가장 외롭고 지루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첫 한가위 명절 연휴를 맞아 지난 3일 오후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 둔치에 캠핑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언택트’, ‘고향방문 자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관련 키워드 속에서 맞이한 올해의 추석 풍속도는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직계가족 중심의 추석 보내기는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양상을 보였으나, 연휴 기간 잇달아 친인척과 만나 회포를 푸는 등의 모습은 확연하게 줄어든 모양새를 나타냈다. 대신, 긴 연휴 기간을 현명하게 보내고자 가족 중심으로 소소한 바깥나들이나 가벼운 여행 정도를 즐기는 인원들이 대폭 늘어나 유명 관광지 등은 많은 인원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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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던 먹을거리 중심의 기존 관광지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포항시의 경우 영일대해수욕장 등 유흥 중심의 일부 해안지역에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기는 했지만, 예년에 비해 많은 사람이 몰리지는 않았다. 연중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죽도시장도 회 센터를 비롯한 일부 음식점이 영업을 계속했지만 찾는 손님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으며, 시내의 대다수 상가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연휴 동안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일부 공원묘원 등도 한꺼번에 많은 참배객들이 모여들 것을 우려해 한적한 모습을 보였으며,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례를 지내는 성묘객들의 방문이 드물게 이어졌다.

이와 달리 야외 중심의 볼거리가 풍부한 관광지 중 하나인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가족끼리 즐기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에 힘입어 추석연휴 기간 10만여명이 방문했다.

4일 경북문화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0일부터 시작된 추석연휴를 맞아 보문관광단지의 SONO, 한화, 켄싱턴 등 콘도업체와 힐튼, 라한, The-K 등 특급호텔이 만실을 이루는 등 단지 내 4천여 객실들은 연휴기간 내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예년 수준을 웃도는 숙박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들 가족 단위 관광객은 보문단지를 산책하며 나들이를 즐겼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을 비롯한 경주월드, 세계자동차박물관 등 전시 및 놀이시설도 찾았다.

이런 추세 속에서도 비대면 언택트 관광은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힐링명소인 울진 등기산 스카이워크, 포항 호미반도둘레길, 경북도수목원, 영덕 메타세콰이어숲길 등은 언택트 관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경북도수목원은 몰려드는 추석 귀성객들로 인해 개관 이래 처음으로 추석 정기 휴일을 취소하기도 했다.

특히 언택트에 걸맞는 캠핑이나 자연 속 힐링 휴양지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치솟았다. 최근 캠핑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형산강 둔치는 추석 기간 내내 가족 단위의 캠핑족들이 찾으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곳은 형산강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접근성, 공간, 편의시설 등 모든 면에서 캠핑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입소문을 타고 언택트 관광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가족단위의 연휴 보내기가 대세가 되면서, 이로부터 소외된 어르신들은 상대적으로 쓸쓸한 연휴를 보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크고 작은 행사가 모두 취소되면서 명절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고, 가족과 친지로 연휴 내내 북적이던 명절은 적막감만 가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복지시설과 경로당의 이용이 전면 통제됐고, 정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1일까지를 추석 특별 방역기간으로 지정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처들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경북도내에서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모두 진행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사회 취약계층은 코로나19로 여느 때보다 더 외로운 추석을 보내야만 했다. 영덕군 축산면에 사는 김춘자(71·여)씨는 “해마다 명절이면 마을 사람과 모여 윷을 던지고 제기차기를 하면서 즐겁게 지내곤 했는데, 올해 추석은 이 모든 게 금지돼 버렸다”며 “이번 연휴 기간에는 어디 갈 곳이 없어서 TV를 보며 보낸 시간이 전부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사람을 만날 길이 없어지면서, 올해 명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지루한 날들로 기억된다”고 덧붙였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거주하는 서모(80·여)씨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서씨 가족은 해마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여행을 떠나곤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가족 모임을 미뤘다. 대신, 그는 연휴 기간에 가족과 전화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서씨는 “1년 중에서 온 가족이 모일 유일한 기회를 코로나19가 빼앗아가 버렸다”며 “자식과 손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이번 추석의 만남을 미루고, 내년 설에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기획취재부·경북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