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영일만항의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이 완공될 예정이다. 최근 러시아, 일본과의 국제카페리항로가 개설되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이 많다. 앞으로 이 노선이 포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제수준의 주요 검역과 방역 가이드라인 마련, 주요 선박에 대한 보급기지 조성,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택시 기사의 확보와 육성, 환전센터 설치, 시내와의 정기 셔틀버스 노선 확보 등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포항 영일만항 전경. /경북매일 DB

가끔 차가운 컨테이너 화물차량만 오가며 삭막함마저 풍기던 영일만항이 조만간 사람들이 북적이는 국제항만다운 모습을 보일 것 같다. 지난 9월 11일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두원상선이 포항을 모항으로 하는 국제카페리선(Eastern Dream호)을 투입하여 러시아와 일본을 오가는 정기 항로를 개시한 때문이다. 앞으로 부두 주변 상가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목소리에 곤니치와(일본어)나 즈드랏스부이쪠(러시아어), 니하오(중국어) 등이 뒤섞여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비록 국가항만 기본계획이 수립된 지 11년 만이기는 하지만, 조만간 국제크루즈 여객부두와 국제여객터미널도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운항을 시작한 국제카페리선은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문제 등을 고려하여 연말까지는 화물만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코로나19 문제가 서서히 수습됨에 따라 영일만항은 화물과 승객을 모두 수용하게 될 이 국제카페리 항로를 통해 물동량도 착실히 늘어날 것이다.

포항을 기점으로 운항을 개시한 국제카페리선의 행선지는 러시아어로 동방을 지배 내지는 정복한다는 뜻을 지닌 부동항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과 일본 서해안 북쪽에 위치한 교토부(京都府)의 관문으로 러일전쟁 당시 일본 전함들이 드나들던 군항이기도 했던 마이즈루(舞鶴)다. 포항-블라디보스톡-마이즈루가 삼각형을 이루는 이 국제항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국제카페리선은 포항을 주 2회, 러시아와 일본을 주 1회씩 운항할 예정이며, 매주 토요일은 포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출항하며 매주 수요일은 포항에서 일본 마이즈루로 출항한다.

지금 이 항로에 투입된 국제카페리선은 항차당 최대 여객 480명, 컨테이너 130개(TEU), 자동차 250대, 중장비 50대 정도가 최대치다. 하지만, 향후 이 노선이 활성화되면 투입선박이 늘어날 수도, 보다 대형 선박으로 교체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항로도 상황에 따라서는 러시아와의 공동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중국 지린성 훈춘(吉林省琿春)과 북한 나진항까지 연결되는 때가 오게 된다면 삼각형의 항로는 오각형을 이루며 그야말로 포항의 별(star)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한일 간 항로다. 사실 2011년 당시 처음 일본의 마이즈루시와 정기 항로 개설과 관련한 협상테이블에 나섰을 때도 크루즈를 기대하던 일본 측과 달리 필자는 당장 화물과 승객 모두를 조금이라도 수용할 수 있는 카페리에 더 관심이 갔었다. 한일관계를 차치하더라도 당장 일본 서해안지역과 포항 간 국제크루즈선을 채울 정도의 관광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상정하는 것은 무리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실무적 관점에서는 화물과 승객을 함께 수용하면서 조금씩 저변을 확충해 나갈 수 있는 카페리항로가 더욱 효율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물론 이 노선의 관광수요가 결코 작다고 보기도 어렵다. 당시 일본 교토부와 마이즈루시가 계획하고 있던 크루즈상품의 주제는 ‘밀레니엄 시티 투어’였다. 이는 포항이 경주를, 마이즈루가 교토를 배후에 두고 있는데 착안한 것이다. 때마침 영일만항과 마이즈루항은 각국 정부로부터 비슷한 시기에 환동해거점항만, 환일본해거점항만으로 지정받았다. 특히 이번에 개설된 포항-블라디보스톡-마이즈루를 잇는 국제카페리항로는 일본에서 극동러시아를 정기운항하는 유일한 페리항로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2012년 2월 이후 현재까지 3선에 성공한 다다미 료조(多<3005>見良三) 마이즈루시장은 지난 17일 포항발 국제카페리선 이스턴드림호를 환영하는 자리에서 ‘간사이(關西)경제권의 일본 측 게이트웨이를 지향’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날 마이니찌신문은 다다미 시장이 이강덕 포항시장과의 온라인 회담에서 포항과 마이즈루 간 화물 집중을 위한 정기 정보교환체제 구축, 관광세미나 개최, 국제페리를 이용한 청소년교류 3가지를 제안하였으며 이 시장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번 국제카페리항로의 출범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포항에서 블라디보스톡과 마이즈루를 연결하는 국제카페리의 MVP(Maizuru-Vladivostok-Pohang) 노선이 국제항로 가운데 그야말로 최우수노선(MVP: Most Valuable Player)이 되려면 포항도 러시아, 일본에 뒤지지 않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다음 몇 가지 사안을 제안한다.

첫째, 코로나19로 지금 당장이야 연말까지는 여객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미봉책을 세웠다. 하지만 앞으로 코로나19가 수습되더라도 지금 세계 각국이 철저하게 마련하고 있는 선박과 부두 등에 대한 검역과 방역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수준의 대책은 구축해 둘 필요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페리선인 만큼 컨테이너부두와 여객부두, 여객부두와 여객터미널 등에서의 물자와 사람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선박과 화물, 그리고 승객 모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철저한 방역 대책과 시설을 정비하고 점검해두어야만 한다. 이것이 전제되어야만 포항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시내 식당, 숙박업소 등에서 안심하고 환영할 수 있고 또 이 항로를 통해 일본이나 러시아로 여행을 가려는 국내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포항과 마이즈루 사이의 노선은 경주와 교토라는 두 나라의 천년고도를 배후에 두고 있는 만큼 양 지역 관광객의 교차 방문과 관련 학자들의 학술교류를 정례화된 프로그램으로 만들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포항시는 경주시와 함께 카페리 노선을 통한 영일만항의 물동량 창출과 경주 관광객 유치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야만 한다. 영일만항은 포항에 있지만 작게는 대구 경북 크게는 우리나라 전체를 시장으로 하는 동해의 관문으로 성장, 정착시킨다는 보다 넓은 범위의 전략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이번 국제카페리 항로 개설을 계기로 러시아와 일본의 관광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소비기반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야만 한다. 일례로 숙박 기능을 갖춘 온천시설을 마련하여 북방지역 러시아와 중국 동북 3성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아울러 영일만항에 기항하는 선박의 승무원들이 휴식할 수 있는 호텔 및 위락시설 등도 필요하다. 이왕이면 흥해지역 재건, KTX역세권 개발 등과 연계시켜 시너지효과를 도모하였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일본 교토부의 유명 호텔, 음식점 등의 포항 현지법인 유치도 병행하였으면 좋겠다.

넷째, 영일만항에 도착한 국제 여객들이 근거리에서 쇼핑하고 휴식하고 즐길 수 있는 시설, 영일만항에 기항한 다양한 선박들이 필요로 하는 식품 등 주요 보급물자를 공급할 수 있는 보급기지 등도 최대한 빠르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 냉동냉장전용 컨테이너를 수용할 수 있는 영일만항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승객, 선원이 영일만항에서 포항, 경주 시내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정기 셔틀버스의 운행,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택시 기사의 확보 또는 육성, 러시아 루블화와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을 편리하게 교환할 수 있는 환전센터의 설치 등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국제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적기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