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진<br>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박화진
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이번 추석은 을씨년스럽게 보냈다. 혈육 간 정 나누기 좋아하는 민족의 최대 명절인데 부모와 조상을 찾지 않는 것이 오히려 효도였으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일을 많이 겪게 되는 요즘이다.

한가위를 앞두고 우리 공무원 한 사람이 반도 한 쪽 땅에서 총살을 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아직도 같은 민족이라고 감상에 젖어야하는지?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당혹스럽다. 최근에 드물게도 같은 일을 두 번 경험하게 된다. 세월호의 시간, 당시 대통령 행적을 두고 아직도 논란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 공무원 한 사람이 총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사건에 대통령의 시간을 두고 비슷한 논란이 쌓여가고 있다. 함정이 출동하고 국가안보실 참모들이 대응태세에 돌입한 상황임에도 정착 최고 사령탑인 대통령에겐 장시간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의 최후 보루이자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중차대한 시간에 보고를 받지 않았거나 지연되었다는 것은 어떤 사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두 가지로 추론해본다.

먼저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참모들의 안이한 판단 아닐까? ‘이 정도의 상황을 심야시간에 곤히 주무시는 대통령을 깨워서야 되겠느냐! 불충스럽게’ 다음은 보고 받는 사람의 평소 태도에 대한 참모들의 생각이다. ‘VIP께서는 심야에 잠을 깨우면 싫어하시니 어지간한 일은 아침에 하는 게 낫다’ 둘 다 문제다. 초임간부시절 상황근무를 하면서 상황보고에 대한 애로를 많이 겪었다. 경찰은 24시간 비상대기 조직이다. 여느 공무원들의 숙직근무와 달리 야간 상황실은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관내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단위 지휘관인 경찰서장에게 아무리 심야시간이라도 내선전화로 취침중인 경찰서장을 깨워서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다. 긴급한 상황임에도 잠을 깨운 상황요원을 타박하여 보고를 위축시킨 지휘관들이 있었다. ‘머 이런 일로 잠을 깨우고 보고하느냐! 아침에 하지’라는 꾸중아닌 꾸중을 듣게 되면 다음부터는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보다는 보고하느냐 마느냐 여부로 고민에 빠진다. 안하면 보고누락과 지연으로 질타를 받고 하면 하찮은 상황으로 잠을 깨운다며 핀잔을 받게 되니 어지간히 힘든 결정이다. 어느 경찰서장이 부임 일성으로 야간 상황근무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아무리 심야시간이라도 나를 깨워라’ ‘지휘관의 잠을 깨우는 일에 위축되지 말라’고 했다. 이후 심야 보고여부에 대한 부담감 없이 일을 처리했던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보고를 받는 사람의 보고받는 태도와 인식이 중요하다. 보고자에게 보고외적인 부담을 주지 않아야 보고는 편히 이루어진다.

우리 대통령께서는 그러시지 않겠지만 깨우지 않아서 보고받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면 “국민이 위태로울 때 목숨을 거는 왕이나 대통령을 겪어보지 못했다”고 나훈아에게 또 한소리 듣게 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 자주하는 정부인데 국민 위해 목숨 거는 대통령, 이것도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