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재 도

너무나 많은

너무도 빨리 쉽게 스러져 간다

햇살에 마르는 아침 이슬처럼

서산에 지는 산골 마을의 해처럼

깊은 밤 뒤척이던 지난 꿈들이

오늘은 비누 쪽에 이는 거품으로 뜬다

부글대며 터지는 공기 방울 속에서

사람들은 꿈을 보았다고 한다

황홀한 아름다움을 보았다고도 하고

아득한 그리움을 가꾸기도 한다

거품에 싸여

목소리 높여

여기가 삶의 중심이라고 외치기도 한다

먼지보다 가벼운

지나고 나면 허망한

그러나 오늘 사람들이 한사코 매달려 있는

그것

거품은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허망함의 대명사가 아닐까. 시인은 우리 생의 많은 부분의 실제는 거품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음을 본다. 거품에 싸여 목소리 높여 아옹다옹 살다 보면 아름답다고 믿었던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거품만 남는다는 것이다. 먼지보다 가볍고 허망한 것을 좇아 정신없이 따라가고 매달리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짓인가를 깨닫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