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분위기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무색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일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추석 때쯤이면 상황이 호전되어 고향에서 가족친지를 만나고 차례를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소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감염증이 확산되었다. 정부에서는 추석 연휴 동안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이겨내자고 국민들에게 권하고 있다.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연휴지만, 집에서라도 세계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마음만은 뜻 깊고 행복한 명절이 되도록, 다른 나라의 추석을 살펴보며 힘든 일상을 잠시나마 잊어보자.

우리나라의 추석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다른 말로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이다. 즉 8월 15일인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한가위의 기원에 대해서는 삼국사기에 잘 나타나 있다.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으로 ‘길쌈’이란 실을 짜는 일을 말한다. 신라 유리왕 때 한가위 한 달 전에 베 짜는 여자들이 궁궐에 모여 두 편으로 나누어 한 달 동안 베를 짜서 한 달 뒤인 한가윗날 그동안 베를 짠 양을 가지고 진편이 이긴 편에게 잔치와 춤으로 갚은 것에서 ‘가배’ 라는 말이 나왔는데 후에 ‘가위’라는 말로 변했다. 또 한문으로는 ‘가배’라고 한다. 또 “이때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탄식하기를, 회소회소(會蘇會蘇)라 하여 그 음조가 슬프고 아름다웠으므로 뒷날 사람이 그 소리로 인하여 노래를 지어 이름을 회소곡(會蘇曲)이라 하였다”라고 기록되었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독일의 추석은 9월 말에서 10월 초에 동네 축제 형식으로 농사에 대해 감사하는 행사가 열린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뮌헨에서는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 정오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6일간 맥주 축제를 개최한다. 1810년 10월 바이에른공국 왕국의 초대 왕인 루드비히 1세의 결혼에 맞추어 5일간 음악제를 곁들인 축제를 열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883년 뮌헨의 6대 메이저 맥주회사가 축제를 후원하면서 4월 축제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국민 축제로 발전하였다.

러시아의 성 드미트리

토요일러시아의 추석은 양력 11월 8일 직전의 토요일이다. 러시아에서도 가까운 친척들끼리 모여 햇곡식과 햇과일로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며 조상에게 성묘를 지낸다. 주요 의식은 햇곡식으로 빚은 보드카를 한 잔씩 돌리며, 조상의 공적을 회상하는 것이다. 묘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새들에게 햇곡식을 모이로 던져주는 풍습이 있다.

1380년 돈강 유역에서 몽골군을 대파한 드미트리 돈스크공이 11월 8일 전사자를 추모하는 모임을 가진데서 유래했다. 러시아 정교회가 이날을 ‘성드미트리 날’로 정해 전사자와 죽은 조상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그 후 추수감사제의 성격이 더해지면서 점차 민족 명절로 자리를 잡았다. 이 풍습은 소련 정권이 들어서면서 퇴색되었으나, 요즘에는 교인들이나 농촌 노인층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추수 감사절

미국의 추석은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로 풍성한 수확을 신에게 감사하며 가족과 화목한 시간을 보낸다. 미국인들은 추석날 칠면조 구이와 옥수수 빵, 감자, 호박파이 등을 먹는다. 추수감사절 먹는 음식은 뜨겁고 양이 넉넉해야 한다고 믿고 이를 따른다. 보통의 가정에서 가족들은 이날 3번 이상 식사를 하고, 접시를 깨끗이 비우는 것이 예의로 지켜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미국에서도 추수감사절은 연중 가장 풍족한 시절이고 감사하는 날이라고 믿고 있다. 추수 감사절의 유래는 17세기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당시 미국에 정착한 영국 청교도들이 혹독한 겨울에 적응하지 못하고 굶주리다, 원주민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듬해에 가을 추수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은 첫 수확을 기념하고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추수 감사절을 지정하게 되었다. 또한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정착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신에게 하기 시작하면서 유래되었다.

북한의 추석

북한 명절은 정권과 사회주의 발전에 의미가 있는 날을 기념하는 ‘국가명절’과 해마다 민족적으로 즐기는 ‘민속명절’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명절은 민속명절에 속한다. 국가명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북한에서는 1988년에 이르러서야 음력설, 추석 등이 민속명절로 지정됐다. 추석에 3일씩 쉬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 주민들은 추석 당일에만 하루 쉴 수 있다. 북한에도 송편이 있지만, ‘노치’가 송편 못지않게 인기 있다. 노치는 찹쌀·찰기장·차조 등의 가루에 끓는 물을 넣어가며 반죽한 것을 엿기름가루에 넣고 삭힌 다음 기름을 둘러 지져 먹는 떡이다. 주로 평양 지역에서 먹는 노치는 향기롭고 달콤하면서도 식감은 쫄깃쫄깃하다는 특징이 있다. 삭힌 음식이기 때문에 추석 이후에도 겨우내 저장해두고 먹을 수 있다. 송편의 모양이나 재료 등은 남한과 다르지 않지만, 북한의 송편은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로 만든다. 밤알 크기의 찹쌀떡에 밤 고물을 솔솔 묻힌 ‘밤단자’도 먹는다.

일본의 오봉절

일본의 추석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개 양력 8월 15일을 전후로 4일간 지낸다. 13, 14일은 ‘조상을 맞이하는 날’이며, 15, 16일은 ‘조상을 보내는 날’이다. 각 가정에서는 조상을 맞이하기 위해 불단 등을 청소하기도 한다. 오봉은 공식적인 휴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봉야스미’라 불리는 긴 휴일을 즐긴다. 오봉에는 조상들이 길을 잘 찾아들 수 있도록 불(무카에비)을 피우고, 집에 임시 제단인 ‘본다나’를 마련해 예를 올리거나 절을 찾아 공양을 바친다. 또한 지역 공동체가 함께하는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입고 사람들이 원을 만들어 추는 춤인 ‘봉오도리’를 춘다. 오봉 기간에 달았던 등롱과 공양물을 물에 흘려보내는 행사를 도로나가시라고 한다. 저승으로 돌아가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는 의미가 있다.

중국의 중추절

중국의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3대 명절 중 하나이지만, 한국의 추석만큼 큰 명절로 여기지는 않는다. 중추절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긴 기간 동안 쉬는 우리의 설날과 같은 춘절 (춘지)이 중국 최대의 명절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추절은 공휴일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둥글다” 라는 뜻으로 ‘중추절’ 또는 ‘중치우지에’라고 지칭한다. 달도 둥글고, 그날 주로 먹는 음식인 월병(위에빙)도 둥글며, 모인 가족들도 둥글게 둘러앉아 가족의 단결과 화목, 행복을 기원하고 가족 친지들 간에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중추절에 하는 대표적인 놀이로 달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소원을 비는 달맞이, 토끼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하고 있는 장난감 인형놀이 투얼예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옛 풍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중추절이 되면 이웃들과 함께 월병을 나눠 먹고 둥근 달을 보며 화합을 기원한다.

프랑스의 투생

프랑스의 추석은 11월 1일이다. ‘투생’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가을 명절이 바로 우리의 추석 같은 날이다. 1802년부터 프랑스에서는 이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했으며, 이날은 프랑스에서 알려진 성인 뿐 아니라 Toussaint이라는 이름처럼 알려지지 않은 모든 성인들까지 기념하기 위한 프랑스의 종교적 축일이다. 가톨릭 축일인 ‘모든 성인의 축일’이기도 하다. 이날 프랑스인들은 고인의 무덤에 꽃을 바치는 일을 꼭 한다. 우리가 성묘를 가는 것과 비슷하다. 파리의 페르 라셰즈, 몽마르트, 몽파르나스 등의 유명 인사들의 묘, 이름 없는 묘 등에는 꽃다발이 가득 쌓인다. 투생은 미국으로 건너가 ‘할로윈’이 됐다.

필리핀의 만성절

필리핀의 추석은 양력 11월 1일이다.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하게 만성절 전후인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이날은 고향을 방문하여 가족 묘지에 모여 조상들의 영혼을 밤새 이야기하며 음식과 놀이를 즐기는 날이다.

만성절에 성묘를 할 때는 반드시 꽃을 가져가 장식을 하고, 찹쌀로 만든 케이크와 바나나 잎에 싼 찹쌀밥을 먹는 풍습이 있다.

정미영 수필가

※참고문헌: ‘세계의 축제·기념일 백과’ (도서출판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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