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사진작가의 ‘골목길’작품들.
이용우 사진작가의 ‘골목길’작품들.

골목길은 놀이터였다. 학교를 파하면 책가방 던져놓고 숨겨놓은 보물단지에서 구슬이랑 딱지를 꺼내 챙기곤 꼬랑지에 불이 나게 달려 나갔던 골목길이었다. 옷소매는 까맣게 때가 묻어 반질반질 빛이 났고 바지는 무릎이 살이 보일까 말까 해어져 이리저리 나뒹굴어도 티 날 리 없는 그때 그 골목길이었다. 자지러지게 웃는 개구쟁이들의 장난기 어린 웃음소리와 토닥토닥 뒤엉켜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왁자지껄한 골목길이었다. 지금처럼 과속 방지턱이나 주차 금지 푯말이나 주차된 자동차를 피해 몸을 돌려가며 비좁게 다니던 골목길이 아니었다. 마을회관 앞마당보다 더 넓고 학교 운동장보다 더 숨을 곳이 많았던 놀이터였다. 어스름 해 질 무렵이면 “용우야, 밥 먹어라”라던 우리 엄마 목소리가 동네 이장님의 확성기 소리보다 더 크고 웅장하고 정겨운 그런 골목길이었다.

나의 사진 작업은 시간여행을 통해 메마른 심상에서 감성의 온기를 찾는 작업이다.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울먹이는 시간 여행이고 싶다. 나에게는 펑펑 울어도 좋을 시간 여행이고 싶다.

/이용우(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