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윤 길

저 빛은 은달고기 가슴팍에 쌓인 백도의 은유, 플랑크톤 웅숭거리는 뼈마디에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노래할 것이니, 파도 모퉁이에서 세이렌과 소통하다 구름이 걷히면 그 맑고 고움으로, 동해바다 도루묵어도 더듬지 않고 쉬이 그물코를 피하고, 깊이 더 깊이 꿈꾸다 심연으로 스며들어 굴풋하게 빛나는 건 밤바다 대장 같지 않은 행동 휘청거리는 어부의 골 깊은 이마주름에서 행 가르듯 어둠을 찢고 골차게 부풀어, 푸르게 창궐하여, 사근진으로 주문진으로 흐린 뱃길 더듬지 않을 것이니, 기뻐하자.

오래전 필자는 울산에서 원양어선 선장으로 일하면서 시를 쓰는 이윤길 시인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야말로 마도로스의 멋과 낭만이 넘치는 사내였고 해양 시인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 시도 그가 항해 중에 바라본 보름달을 보며 느낀 바다 사나이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시다. 맞다, 텅 빈 바다에 가득 쏟아지는 보름달 빛은 은달고기 가슴팍에 쌓인 백도의 은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