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 소각된 사건에 대해 사과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시신 수습에 나선 우리 군의 NLL 남측 활동을 협박하고 나섰다. 더 심각한 것은 김정은의 ‘미안하다’ 사과 한마디에 청와대와 집권당이 격노한 민심과 국가안보를 내팽개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을 먼저 제안한 민주당은 결의안도 미적대고,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도 거부하는 태도로 표변했다.

시신소각을 확인했다는 우리 군이 뭘 찾겠다고 대대적으로 수색 중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나마나 우리가 제의한 공동조사에 대해선 묵묵부답인 북한이 27일 자신들이 해상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수색하는 우리 군을 향해 ‘영해를 침범한다’고 경고하는 일은 더 어이없는 일이다.

기막힌 노릇은 북한 김정은의 ‘미안하다’는 사과 전통문 한마디에 청와대와 집권당, 여권이 분노하고 있는 민심을 외면하고 그 말마디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려는 정략에만 골몰한다는 점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얼음장 밑에서 강물이 흐르는 것 같은 변화”라고 했고 통일부 장관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 쓴 것은 전례 없다”고 감격했다.

정말 야릇한 일은 사건 발생 직후 “국회의 단호한 입장과 결의를 세계에 알리겠다”면서 ‘원포인트’ 본회의까지 제안했던 민주당이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급선회한 대목이다. 민주당은 나아가 야권이 요구하는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도 “이미 국방위와 외통위에서 했는데 본회의에서 다시 하기는 어렵다”고 거부 의사를 밝혀 조변석개(朝變夕改)의 변덕마저 드러내고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무참히 사살되고 불태워진 사건을 놓고,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말하는 여권은 지금 제정신인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8일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은 국민 생명 보호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누누이 해 왔다”면서 “직접 언론에 나와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정식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는 늘 얻어맞다가 밥만 주면 꼬리 흔드는 X개인가”라는 네티즌의 글이 부끄럽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