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군 당국은 물론 여권 인사들의 대처방식은 많은 의문을 낳는다. 우선 청와대의 대응부터 이상하다. 대통령에 보고한 시점이 언제냐는 의혹을 놓고 정치논쟁까지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첩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보고를 늦췄다고 설명하지만, 유엔연설이 끝나기를 기다리느라고 그러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살 만한 여지가 다분하다. 최소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친서를 낭독하는 모습은 청와대가 도대체 누구 편인지를 의심케 하는 장면이었다. 친서를 즉시 발표하지 않고 있다가 북한이 궁지에 몰릴 상황이 벌어지니 그때서야 왜 그걸 써먹는지도 수상쩍은 일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난데없이 김정은 친서를 들고나와 이번 사태 무마를 시도한다면 국민의 더 큰 공분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는 북한의 통지문을 발표한 뒤 여권의 태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무현재단이 공식 유튜브 채널로 진행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 소식이 전해지자 유시민 이사장은 “희소식”이라며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같다”고 언급했다. “당신 가족이 이런 죽음을 맞이했어도 계몽군주라 말한텐가” 등등의 네티즌들 비판이 봇물을 이룬다. 진보진영에서는 이 비극을 ‘기회’로 여기는 모양인데, 이래서는 안 된다. 지금은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화형을 당한 엄중한 상황이다.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그 어떤 논점이동의 왜곡도 국민모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