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세 환

나는 본다 창밖의 여자를 본다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여자

담뱃불 붙이던 여자

리어카 끌고 가는 여자

짧은 머리카락 여자

골프채 가방을 든 여자

검은 상복을 입은 여자

반바지를 입은 여자

긴 머리 묶은 여자

짙은 선글라스 낀 여자

모자 쓴 여자

어디서 한 번 만난 것 같은 여자

수락산서 만난 미친 여자

중랑천 산책길에 또 만난 여자

눈앞에 어른거리는 여자

시인이 나열하는 여자들은 그의 욕망이 비친 여자들이다. 그 여자들을 자신의 시선으로 보고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욕망에 대한 정직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욕망의 눈을 가지고 여자들을 보는 시인을 시인의 내면에 있는 자아가 그것을 바라보는 구조로 시가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시의 제목이 ‘면벽’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