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피해구제 신청 접수현장
60대 이상 고령층 많이 찾아와
공무원들에 다양한 궁금증 질문
3년새 증거물 대부분 사라지고
피해사실 증빙서류 마련 어려워
구제자격 제한 아쉬움 등 지적

11·15 포항지진 피해 접수가 시작된 21일 오전 흥해읍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접수처에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상담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지진 피해를 최대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객관적 증명서류 제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21일 오전 10시께 포항시 북구 흥해읍행정복지센터 뒤편에 마련된 ‘포항지진 피해 접수처’에는 포항지진으로 크고 작은 재산 피해를 입었던 시민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포항시는 신청자들이 많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요일별 5부제를 도입해 운영했고, 덕분에 접수 첫날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현장 접수를 위해 방문한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 신청 접수가 어려운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았다. 신청자들은 가장 먼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열 체크와 손소독을 마친 뒤 담당 공무원과 지진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은 평소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던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포항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상해·질병 등 인명 피해부터 건물과 시설물 파손, 휴업비용, 임시주거비 등의 재산피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피해 내용을 털어놨다. 담당자들도 시민의 고충에 대해 경청하며,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일부 시민은 지진 피해 구제 자격 제한에 대해 아쉬움을 토했다.

손성미(59·여·흥해읍)씨는 “10년 동안 전셋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지진으로 인해 집주인이 부도가 나면서 집이 법원 경매에 넘어가 버린 상황이다”며 “소파 판정을 받았지만, 집안 곳곳에 금이 가면서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세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데, 거주 중인 집은 내 명의가 아니어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깨진 항아리, 거울, 냉장고 등 가재도구라도 피해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진피해 신청접수는 재난지원금 등 다른 신청접수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금 지급은 신청한 순서대로 지급되는 선착순이 아니라, 입증서류를 최대한 잘 갖춰야 원하는 만큼의 보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피해 사실을 직접 증명하고 이를 뒷받침 할 증빙서류를 확보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진 발생 후 3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피해를 입증할 증거물들이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보 취약 계층인 노인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김모(64·북구 흥해읍)씨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데 피해를 본 물건과 건물에 대해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 증명사진을 첨부하라고 하니 머리만 아프다”며 “나이 많은 사람은 사실상 피해 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1년이라는 피해 접수 기간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 신청을 받도록 노력하겠다”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증거 자료 확보가 중요한데, 사진 등의 증거물을 확보에 각별히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온·오프라인을 통한 포항지진 피해 구제 신청 및 접수는 약 200건에 달했다. 지진피해 신청접수 기간은 내년 8월 31일까지 약 1년간이다. 시민들은 접수 기간 동안 주소와 피해건물지와 관계없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29개)와 거점접수처(5개) 어디서나 접수를 할 수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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