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 령

하늘 파아란 가을 한낮 멀리 감 익어가는 소리에 엄마 생각이 나요

들일 마치고 돌아오시는 엄마 손에 빛깔 고운 단풍잎과 은행잎, 감잎이 자주 들려 있었지요

덕분에 어린 시절 제 책갈피마다 어여쁜 꽃잎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을 따라 저도 붉고 노란 꿈을 꾸기도 했고요

어느 해 원피스 사 달라는 절 달래느라 만들어주신 감꽃 목걸이,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살며시 가슴에서 끄집어내어 목에 걸어본답니다

감이 익어갈수록 그리움도 깊어만 가요 감꽃 닮으신 엄마, 늦가을에 남장사 감잎 지는 소리 들으러 함께 가요 사르락, 발밑에 떨어진 감잎을 밟으면 해질녘 노을빛 얼굴로 들에서 돌아오시던 엄마의 발걸음소리도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감나무에 얽힌 어머니와의 추억을 얘기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참 따스하다. 엄마의 한 생은 꼭 감나무를 닮았다. 노란 꽃잎을 피우는 봄이면 감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걸어주고, 푸른 감나무 그늘은 어머니의 사랑과 닮았다. 가을날 주렁주렁 감이 익으면 어머니의 사랑은 그지없이 달고 그윽하다. 시인은 그런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서정적 필치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