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정치인의 생명은 ‘신뢰’이다. 신뢰의 기초는 ‘언행일치(言行一致)’에 있다. 위선자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 정치지도자의 위선은 그를 믿었던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두 얼굴을 가진 정치인들의 ‘표리부동’이 진보정권의 실체를 말해주고 있다.

진보세력은 ‘촛불을 든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평등·공정·정의를 앞세워 집권했다. 그럼에도 권력의 힘으로 ‘불의를 정의로 둔갑’시키고 ‘특권과 반칙을 정당화’하고 있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던 정권이 도덕성과 공정성을 상실하여 새로운 적폐를 양산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선물했다는 ‘춘풍추상(春風秋霜)’액자는 장식품이 된지 이미 오래고,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말을 믿었던 검찰총장에게 돌아온 것은 온갖 압력과 위협이었다. 통합을 말하면서 ‘갈라치기’로 정략적 이익을 도모하고, 협치(協治)를 말하면서 야당에게 양보가 없으니 모두가 ‘계산된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이처럼 겉과 속,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대통령을 국가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이러하니 참모들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조국·추미애 등 정의부장관들이 불의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 또는 수사 중에 있다. 정치교수를 추상같이 비판했던 조국은 알고 보니 자신이 바로 정치교수였고, 정의의 사도처럼 행세했던 그의 내면에는 악마의 간계(奸計)가 숨어있었다. 추미애 아들의 ‘황제휴가’ 역시 조국 딸의 ‘입시비리’와 판박이다. 당시 당직사병은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추미애의 행태가 모욕적”이라고 했다. 힘 있는 자들의 특권과 반칙을 지켜보아야 하는 힘없는 서민들은 자녀에게 ‘아빠찬스, 엄마찬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무능에 가슴이 무너진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박원순은 성추행으로 고소되자 자살했고, ‘을’의 편에 서겠다던 안희정·오거돈 역시 ‘갑질 성범죄’를 저질렀다. 진보의 이중성은 ‘불편한 진실’이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집값은 폭등하고 전세난이 심화되자 2030세대는 ‘영끌’해서라도 아파트를 산다. 하지만 부동산투기를 비난했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하여 다수의 수석·장관들은 다주택 소유자임이 드러났다. 말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을’의 편에 서겠다던 진보인사들의 ‘갑질’과 ‘위선’이 약자들을 더 큰 분노와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다.

이처럼 말로만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입진보’는 진보가 아니라 ‘퇴행이자 반동’이다. 보통사람들도 말과 행동이 다르면 상종하지 않으려하는데, 하물며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중인격자이니 기가 막힌다. ‘춘풍추상’을 역설했던 대통령이 내편에는 관대하고 네편에는 엄격하니 후안무치(厚顔無恥) 아닌가? 야당의 잘못은 노골적으로 비판하던 대통령이 정부여당의 잘못으로 국민들이 아우성치고 있는데도 모른 척 침묵만 지키고 있다. 공자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앞에서는 정의·통합·협치를 말하면서 뒤로는 반칙·갈라치기·독선을 계속한다면 스스로 파멸을 재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