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사진작가의 ‘여남포구’ 작품들.
김주영 사진작가의 ‘여남포구’ 작품들.

수평선에 공장의 불빛들이 스며든다. 이곳은 어촌풍경과 도시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서 자주 찾게 된다. 포항시 북구 여남포구는 바다 끝에 산이 있고 산 끝에 바다가 맞닿아 있다. 방파제 등대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집들이 위치한 산의 모양은 꼭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는 듯하다. 해질녘 불이 켜지면 옹기종기 앉아 있는 불빛들이 물고기 비늘같이 반짝인다. 밤이 깊어지면 산도 헤엄쳐 바다로 가는 꿈을 꾸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포구에는 풍랑을 피해온 배들이 정박해 있다. 파도와 맞서고 삐걱거렸을 배들은 포구에 안긴 듯 편안해 보인다. 선착장 타이어를 배게 삼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들이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기의 모습 같다. 포구는 옷고름을 풀고 젖을 물리고 있는 듯하다. 포구로 돌아온 배들은 다음 출항 때까지 망중한에 들 것이다. 포구는 요람이요, 피난처이며 휴식 공간이다.
 

잠시 몽환적 상상을 해보다 눈을 감고 파도소리를 듣는다.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소리에 아득하니 심장이 뛴다. 금어기가 풀리면 포구에 정박했던 배가 산소통을 싣고 엔진소리를 내면서 포구를 떠날 것이다.

오늘도 여남포구에는 만선의 꿈들이 헤엄친다. 쉼 없이 파도가 밀려와 바위에 닿았다 다시 떠나간다. /김주영(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