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 유물 180점 예천박물관 기탁
117년 동안 쓴 일기 ‘저상일월’ 등
27년 만에 고향 예천으로 돌아와

[예천] 보물인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이 예천으로 돌아왔다.

20일 예천군에 따르면 보물 제1008호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46점을 비롯한 유물 180점을 소장자가 예천박물관에 기탁했다. <사진>

함양박씨 정랑공파는 예천 금당실 입향조인 박종린(朴從鱗·1496∼1553)을 잇는 가계로 그 형제 모두 문과에 급제해 향오린(鄕五麟)이라고 했다.

박종린은 1532년(중종 27)에 문과 합격해 한림(翰林), 홍문관(弘文館) 박사(博士)를 거쳐 이조정랑(吏曹正郞)을 지냈다.

정랑공파 문중 전적은 1989년 8월 1일 보물이 된 뒤 1993년께 소유자 병환으로 예천이 아닌 서울시 동대문구, 경기도 용인시 등으로 보관 장소가 바뀌었다.

이 과정에 만국전도 분실, 회수 등 많은 고난을 겪은 유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유물이 1993년 예천을 떠난 지 27년 만에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기탁 보물은 6대에 걸쳐 117년 동안 쓴 일기 저상일월(渚上日月), 날마다 집에서 소요하는 수입·지출을 적은 가계부 성격인 저상일용(渚上日用), 나암(羅巖) 박주대(朴周大·1836~1912)가 구한말 격변 상황을 기록한 나암수록(羅巖隨錄)을 들 수 있다.

당나라 한시를 조선 전기 목간본으로 간행한 당시고취(唐詩鼓吹), 조선 전기 당나라 조정 책문 75문을 편찬한 당조책림(唐朝策林), 중국 편년체 역사서를 조선 전기 목활자로 펴낸 통감(通鑑), 1661년(현종 2) 여필(汝弼) 박정설(朴廷薛·1612∼1693)이 확대 필사한 세계지도 만국전도 등도 있다.

더구나 저상일월, 저상일용은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137호인 미산고택에서 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작성한 일기다.

오래전부터 문화재 가치를 인정받아 연구서 여러 권이 발행됐다.

만국전도는 1993년 9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도난당한 것을 2019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회수했다고 한다.

이는 선교사 알레니(Aleni·1582∼1649)가 1623년 편찬한 한문판 휴대용 세계지리서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를 민간에서 확대해 필사한 세계지도다.

지금까지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 문화재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천군은 올해 법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 유물들을 예천박물관으로 이관한다.

소유자 박재문씨는 “기탁한 유물은 집안과 국가 보물로 예천박물관에서 안전하게 보존·관리하고 연구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학동 군수는 “예천박물관이 조상 대대로 내려온 소중한 유물 도난, 훼손, 멸실 등을 방지하고 학술 연구, 전시, 교육 등으로 문화자산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정안진기자

    정안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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