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00m 달리기 경기에서 10초의 벽이 깨진 것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경기 때다. 미국의 짐 하인즈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00m를 9초95로 돌파했다. 이후 9초86(칼 루이스), 9초74(포웰)로 신기록이 갱신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에 와서는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에 의해 9초7의 벽이 깨진다.

0.1초의 벽을 깨기 위한 스포츠계의 도전은 늘 흥밋거리다. 인간의 한계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기록을 ‘퍼펙션 포인트’라 한다. 인간이 넘어설 수 없지만 끈질기게 도전하고 가까이 갈 수 있는 최고의 기록을 말한다. 이런 기록에 대한 도전과 좌절은 스포츠를 관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와 매력을 선물한다.

1982년 조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미국 MIT공대 휴허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로봇의족을 차고 71m 암벽등반에 성공한다. 일반인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히말라야 8천m급 16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됐다. 대한체육회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의 인생철학이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준 점 등이 스포츠 영웅 선정 이유라 했다.

이처럼 인간은 한계를 알면서도 한계에 도전한다. 그들의 도전이 비록 0.1초의 한계 극복에 그칠지라도 인류가 함께 느끼는 한계 극복의 통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웨덴의 아르망 뒤플랑티스가 18일 이탈리아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외신에 따르면 그가 세운 기록은 종전보다 1cm가 더 높은 6m15다. 1cm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무려 26년의 세월이 걸렸다. 인간의 도전정신에서 묻어나는 신선함이 느껴진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