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21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 군휴가 특혜의혹 공방전으로 도배되고 있다.

야권의 공격이 거세지자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지난 해 조국 장관 사수에 나섰던 당시와 비슷하게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해 추 장관 비호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서씨는)‘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논평했다가 야권의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반칙과 특권에 왜 난데없는 안중근 의사를 끌어들이나, 민주당은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를 오염시키지 말라”고 질타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논평에서 관련 부분을 삭제하고 박 원내대변인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야권에선 민주당의 ‘서 일병 구하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무리한 논평이 나온 것 자체가 민주당 전체가 추미애 감싸기, 서 일병 구하기에 매몰돼 있다는 방증”이라 했다.

문제는 여당 의원들의 지원사격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켜 사과와 수습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고 했다가 사과했고, 황희 의원은 서씨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당시 당직사병에게 “단독범”이라고 했다가 역풍을 맞았으며, 김태년 원내대표의 ‘카톡 휴가신청’, 정청래 의원의 ‘김치찌개 독촉’발언도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했다.

무엇보다 왜 진작에 추 장관이 솔직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을까 의문이다. 추 장관 아들은 ‘엄마 찬스’로 군대를 면제받은 게 아니라 군생활중 병가혜택에 절차적 편의를 본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처럼 온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추 장관이 전혀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인 듯 싶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더이상 국회가 생산적이지 않은 주제로 말싸움만 일삼는 걸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국회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영세소상인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 것인지를 연구해, 새로운 지원책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 추석명절을 앞두고 지원될 긴급재난지원금 등이 포함된 4차 추가경정예산을 꼼꼼히 심의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국민들의 바람과 희망을 아는지 모르는 지 눈살 찌푸리게 하는 공방만을 무한반복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저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볼 뿐이다.

추 장관이 한때 글을 인용하곤 했던 ‘잡보장경’이란 불경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때나 분노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라서 욕을 먹으면 그것이 사실이니 성낼 것이 없고, 진실이 아닌데도 욕을 먹으면 욕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속이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그걸로 족하다하면 될 뿐인데, 다들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