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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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정치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이다.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주자는 정치권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구 5천만이면 총 비용은 1조원이다.

1조원을 이렇게 쓰는 게 최선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간다. 선심정치는 금년 봄 선거에서도 큰 이슈였다.

당시 야당이 모든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1인당 100만원의 ‘특별재난장학금’을 주자고 제안했을 때 명분은 코로나19 위기로 국민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뜻은 좋아 보였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이 젊은 층의 지지를 받기 위한 선심정치를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야당이 젊은 층 지지에 목말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당정이 긴급재난지원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총선 전에 성사되어야 한다는 내부 전략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당초 재난지원금을 일부 저소득층 가구에 지급하겠다고 해놓고 여당이 전 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란 강한 비판을 받았었다. 결국, 여당이건 야당이건 재난지원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전략과 이를 통한 선심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똑같다 할 것이다.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 정책도 흐트러진 민심과 추락하는 여당 지지율을 생각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이 보다는 먼저 과연 그러한 정책이 다른 정책보다 우선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통신비 2만원이 개인에게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겠지만 1조원을 투입해야 할 현재 당면한 문제들이 너무 많다.

필자는 30대 후반 포스텍 기숙사 사감으로 있던 시절 기숙사에서 학생이 큰 부상을 당한 일이 있어 들추어 업고 병원을 전전한 일이 있다. 결국 대구까지 가서 수술을 받았지만 당시 지역 간의 의료시설의 차이를 느꼈다.

정년 퇴임 후 대구 현풍으로 오게 되었는데 대구까지가 가까운 거리는 아니기에 의료시설이 여전히 문제가 된다는 걸 느꼈다. 대구의 종합대 병원까지 가는 길은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이제는 수원으로 와있는데 좀 더 편한 것을 느끼지만 여전히 서울의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오늘날 의료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첨단 진료, 치료 시설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지역의 환자가 지역 중심도시로 그리고 다시 서울로 빠져나간다. 이제는 환자가 부족해서 지역 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다는 불평도 나온다. 이러한 문제는 첨단 시설 투자가 대도시부터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데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지금 1조원을 지역의 의료시설 강화에 투자하면 어떨까? 지역 의료시설도 좋아지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등의 이슈를 둘러싼 갈등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의료시설의 확대와 강화는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