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물고 뜯고 할퀴고 상처낸다. 싸우기를 좋아하는 백성인가. 대유행 감염병의 와중에도 다툼에 그침이 없다. 서로를 향한 삿대짓과 욕사발에 지치지도 않는 것일까. 상식과 이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어른이든 아이든 너는 누구편이냐는 눈치부터 살핀다. 편에 따라 모든 게 다 틀리든가 무조건 다 맞는다. 절반이 절반을 포기하는 사회. 주장과 고집만 무성한 사이에 사람들 심성만 고약해져 간다. 어른이 사라졌을까. 모두 한 쪽으로만 치우쳤을까. 경제도 나아지려면 한참 멀었지만 살림이 나아진다고 주변이 고요해질 턱이 없어 보인다. 코로나19도 끝내 물러가겠지만 분위기가 흉흉하긴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디서부터 병들었을까. 어떻게 고쳐볼 수 있을까.

의인은 없다.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이미 이천 년 전 성경이 고백한 바가 아닌가. 날마다 누군가를 콕 집어 나쁜 놈을 만들고 싶지만 돌아보면 나 자신도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마다 상대방 탓을 해 보지만 같은 숙제로 속을 끓였던 건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편을 갈라 열심히 싸워보지만 홀로 반추하면 내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상대방의 구석진 모습을 밝혀내고 싶었지만 내 속의 어두움이 내내 뒷꼭지를 어지럽힌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오늘 모두의 모습이 아닌가. 이건 ‘신이 세상을 벌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벌하는’ 중이 아닐까. 모두의 문제를 상대의 문제로만 주장하는 못된 버릇을 이제는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나쁜 버릇은 편을 가르지 않는다. 누구도 그 버릇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상천지에 의인 열 명만 있어도 세상을 구해보겠다던 하나님의 음성이 신음처럼 들린다.

나라가 조용해질 방법은 없는가. 국민이 편안해질 방법은 없는가. 오늘을 하염없이 탓하기보다 내일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스웨덴의 10대소녀 그레타툰베리(Greta Thunberg)는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가 내일을 살아야 하는 미래세대에게 끼칠 악영향을 짚어내며 오늘 기성정치인들의 나태함과 안일함을 꼬집고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몰두하는 어른들의 게으름을 지적하였다. 내일을 생각하는 책임이 모두에게 있음도 짚어내었다. 한 사람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지구일병구하기’를 진행 중이다. 어른보다 아이가 나아보인다. 세상을 구할 힌트는 오늘보다 내일에서 찾아야 한다. 편갈라 싸우는 오늘보다 힘모아 건져낼 내일이 참으로 무겁다.

오늘의 다툼도 내일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는 동안 내일을 향한 방법을 찾을 길이 없다. 속시원하게 한 방 먹이는 집요함으로는 세상이 한 발짝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 어떤 문제도 우리 모두의 문제다. 남의 편만 틀린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나만 맞는 일거리도 천지에 없다. 조금씩 더 겸허해지고 조금씩 더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려울 때마다 끝내 구해내었던 보통사람들의 국난극복유전자에 다시 기대를 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지금처럼 해서 내일을 구할 방법은 없다. 우리의 내일은 모두에게 달렸다. 한 사람도 예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