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태풍 탓 손님 발길 뜸하고
과일·채소값 크게 올라 매출도 뚝
‘추석 특수’ 옛말… 먹고 살기 빠듯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절실”

한산한 모습을 띠고 있는 영천공설시장. /조규남기자

추석을 2주 앞둔 경북지역 재래시장들이 한산한 모습을 띠고 있다. 7개월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와 잇따라 덮친 태풍 등의 영향으로 인한 경기침체 때문으로 보였다. 몇몇 제수용품을 제외하고는 매기가 뚝 떨어져 대부분 매장에 물품만 잔뜩 쌓여 있었다. 상인들은 “‘추석 대목’ 잡기는 고사하고 추석을 쇨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이곳에서도 ‘추석 특수’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예년 같으면 손님들로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던 재래시장이었다.

# 영양시장

16일 영양시장을 찾았다.

이곳 재래시장 상인들은 ‘손님 수주’에 애를 먹고 있었다. 100m 남짓한 골목 양쪽에 가지런히 늘어선 상가는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문어는 수족관에서 마냥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과일상자 등 팔리지 않는 추석선물들은 가게 앞 진열대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매년 명절 제수용 문어를 삶아 팔고 있는 정재훈(44·맛나횟집)씨는 “예년 같으면 이른 아침부터 몰린 인파 때문에 사람들이 줄을 서 다니며 장을 봐야 할 정도였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탓에 예약손님마저 많이 줄어든 상태다”며 “올해는 작년 매출의 절반 정도를 예상하지만 그마저도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시장 어귀에서 만난 한 농민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무산돼 일손이 크게 부족하다. 대부분 농민들이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고추밭과 사과밭 등에서 허덕이는 처지라 시장에 나올 형편이 못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지만 한 테이블의 손님도 받지 못한 한 식당 주인은 “지금 영양은 코로나19에 태풍피해까지 덮쳐 ‘카운터 펀치’를 맞고 쓰러지기 직전에 처한 격투기선수와 같았다”고 한숨지었다.

# 포항 죽도시장

상황은 경북 최대 시장인 포항죽도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상인과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뤄야 할 죽도어시장에는 손님들이 거의 없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70대 울릉 할머니는 “하루 2~3마리의 생선을 팔 때도 있고, 아예 한 마리도 못 파는 날도 있다. 50여 년간 장사를 했지만 올해만큼 장사가 안 되는 해가 없었다. 보릿고개가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과일가게 앞 40대 주부는 한참동안 사과와 배를 번갈아 만지다가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 20년 이상 과일가계를 운영했다는 60대 주인은 “코로나19에 태풍 영향으로 과일값까지 치솟아 그나마 찾아온 손님들마저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손님을 찾아 볼 수 없는 영양재래시장.  /장유수기자
손님을 찾아 볼 수 없는 영양재래시장. /장유수기자

# 영천공설시장

영천공설시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골을 제외한 손님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와 태풍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한몫했다.

50대 한 상인은 “지난해 3천원~3천500원하던 배추 한단 값이 4천500원~5천원으로 올랐다”며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70대 이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와도 걱정이고 오지 않아도 걱정”이라고 했고, 옷을 파는 한 상인은 “시끌벅적했던 5일장 분위기는 옛날이 됐다”며 “손님이나 상인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필요한 대화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시장 분위기를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기를 바랐다.

이 지역에서는 3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이중 2명이 사망했다.

# 경산시장

서민들의 진솔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경산시장 분위기는 더욱 암울했다.

제수용품과 채소가격이 급등해 찾는 손님이 아예 없었다. 시장분위기는 썰렁함을 넘어 을씨년스러웠다.

이곳도 코로나19 사태와 태풍 여파 때문으로 보였다.

상인들은 “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천449명인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660명이 경산에서 발생했다. 어제도 경산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며 “손님들이 평소 즐겨 찾았던 시장에 올 여력이 없어 한다.”고 전했다.

청과시장의 A(62)씨는 “오늘 안동청과시장에서 사과 20kg에 25만원에 거래됐다”며 “도저히 팔 자신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왔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지 않는 한 ‘추석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 영주시장

영주 5일장 과채류 상인 C(63·하망동)씨는 “코로나19 사태와 긴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농작물 가격이 크게 올라 5일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급감해 먹고살기마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천 황금동 상인회 관계자는 “올해는 자녀들이 고향을 찾지 않아 추석상차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추석 특수’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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