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찬

꽃잎이 바람에 흔들렸다

과녁에 꽂힌 화살이 흔들리고

땅이 인위적 유발 지진에 흔들리고

임플란트로 심은 치아가 흔들리고

미세먼지 가득한 시야가 흔들리고

십일월 늦은 하오의 발걸음이 흔들리고

너의 생각이 흔들리고

새삼스레 중심이 흔들리고

참인 명제의 진실이 흔들리고

당신에의 믿음이, 또한 나의 사랑이 흔들리고

뿌리 내린 일상이 흔들리고

내가 흔들리고

마침내

낙엽에 기댄 바람마저 흔들렸다

흔들리지 않으며 피는 꽃은 없다는 시를 쓴 도종환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세상의 일들이 그리 녹록치 않다. 사는 일들이 험난하고 힘든 과정들의 연속이다. 시인은 그런 혼돈과 어지러움이 얼마나 우리를 흔들어 놓는지를 온 몸으로 느끼며, 그런 흔들리는 세상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