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태풍으로 큰물이 지고 난 형산강 하류를 찾았다. 둔치나 다리 주위 곳곳에는 온갖 쓰레기며 쓸려온 풀과 나뭇가지더미가 잔뜩 쌓여져 있었지만, 하늘엔 언제 그랬냐는 듯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 결에 조각구름만 한가로이 떠다닐 뿐이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한, 두 차례의 태풍이 일진광풍처럼 휘몰아쳤으니, 온 나라가 바싹 긴장과 우려, 안도의 시간을 보냈으리라 여겨진다.

유난히 자연재난이 심했던 지난 여름날, 장마와 폭염, 연이은 태풍 등으로 막대한 피해와 손실을 가져왔다.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의 정도가 컷을 테지만, 무방비와 난개발, 상황 오판에 따른 인재(人災)도 상당 부분 기인했음을 누구도 부인하진 못하리라.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수해에 철저한 대비와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보다 근원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형산강 하류지역은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 멈춘 듯 흐르는 물결 따라 다수의 동, 생물과 90여종의 조류 등의 생태자원이 있고 둔치에는 갈대나 억새 등의 갖가지 식물과 수목이 자라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산업화의 산실이 우뚝하게 서 있는 가운데 산책이나 해양레저로 사람들을 끌어안으며 너른 강폭만큼 친숙함을 더해가고 있다. 특히 경주를 거쳐 포항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관광, 산업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지역 상생발전의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형산강 프로젝트’는, 다소 난관도 있지만 환경복원과 도시재생을 통해 시민들의 여망를 담은 친수 여가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5년째 공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시민들의 쉼과 생태체험 교육장인 형산강전망대, 수상레저타운 물빛마루, 수변 테마꽃밭 형산강장미원, 강둑으로 조성된 상생로드 자전거길과 둔치의 황토길, 에코생태 탐방로, 신부조장터 보부상길 등 시민들이 즐겨 찾고 이용하며 긍정적이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지만, 지난 달 초 우여곡절 끝에 개장한 ‘형산강 야외물놀이장’은 장마와 태풍으로 벌써 두번씩이나 물에 잠겨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형산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0억원을 들여 조성한 야외물놀이장의 침수는 이미 예상됐었다. 직접 가서 보니 침수로 인해 5개의 대형풀장과 부대시설 주위엔 많은 양의 토사와 쓰레기더미가 쌓여 물놀이장의 형태마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15년여 형산강변에 살아본 필자로서는 홍수가 나면 침수피해에 시달려 2006년 오천으로 이전하기 전의 포항운전면허시험장 그 자리에 하필이면 왜 물놀이장이 들어섰을까 반문해본다. 타지역의 운영사례를 접목했다 하지만,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 행정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시안적인 정책과 지엽적인 입안으로 인해 애꿎은 시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돼버리는 건 아닌지 씁쓸하게 여겨짐은 나만의 기우일까. 그래도 한창 공사 중인 형산강 상생인도교나 신부조장터공원, 뱃길복원사업 등을 보다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 보완하여 수변 친수 위락시설 이용객들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