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스님의 라마스테.

초가을 햇살이 눈 안에 반짝인다. 녀석은 순하고 따뜻한 성격이다. 태풍 두 개가 지나갈 때도 잘 참고 작은 박스집을 의지 삼아 잘 견뎌 주었다. 내 곁에 온 두 살배기 라마스테다. 녀석의 고향은 스코틀랜드라 했던가. 이억만 리가 고향인데 어떻게 한국의 땅 경주까지 왔을까. 인연법이란 참 묘하다.

나름대로 사랑을 독차지한 녀석에게 어느 날 이변이 생겼다. 인연이련가. 다른 절에서 키우던 집고양이 자몽이 4개월 정도에 인연 따라 여길 왔다. 여동생이 생긴 셈이다. 녀석의 눈치를 보니 처음에는 서로가 경계하는 듯하더니 어느새 어린 동생을 잘 돌봐주고 덕과 아량을 베풀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집을 뺏기기 시작했다. 사료도, 장난감도 빼앗기며 순번이 뒤바뀌는가 싶더니 두 녀석의 서열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람도 성격과 습관이 다르듯 두 녀석은 확연히 다른 성격이었다. 녀석이 모든 것을 내주는 부모 같은 성격이라면 다른 절에서 온 고양이는 질투심과 이기가 대단해 온순한 라마스테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암고양이였다. 어느 날부터 라마스테의 몸이 야위기 급속히 야위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바람개비처럼 휙 그냥 들린다.

어느 날은 녀석이 이틀간 보이지 않았다.“라마스테 오빠 찾아 와. 네가 밥도 집도 다 빼앗아 배가 고파 나갔으니 빨리 찾아 와.” 그랬더니 눈 옆에 눈물을 흘린다. 아량 넓고 모든 걸 양보하던 라마스테가 없어진 것을 그때야 알아차린 듯 자몽의 눈가에 눈물 자국이 크게 나 있었다. 갑자기 짠해졌다. 동물도 저러한가. 며칠을 찾은 끝에 옆집 담장 사이에 빠져 못 나온 라마스테를 구조했다. 가끔 기도를 할라치면 사람처럼 손과 두 다리를 모으고 한 자리에 두 시간을 앉아 있는 라마스테를 본다. 아마도 전생에 많이 닦은 수행자의 모습이다. 나와 세 번째 가을을 맞이한 라마스테가 오래오래 인연이 되길 바란다. 라마스테(그 안의 불성이 거룩합니다)라는 의미처럼. /지원 스님(경주시 외동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