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군복무시절 ‘황제 휴가’ 논란으로 곤경에 처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검찰소환 조사에 맞춰서 사과의 뜻을 담은 입장문을 내놨다. 그러나 추 장관의 글은 ‘찔끔 사과’에 ‘잘못이 없다’는 변명을 섞어낸 ‘짧은 자서전’, 최소한 검찰에 내린 ‘수사 가이드 라인’으로 읽힌다. 지지자들을 향한 구구한 비호 청탁서가 돼버린 이 글은 의역하면 교묘한 ‘선전포고’다. 도대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이래저래 검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다.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은 부인했다. 추 장관은 아들이“병원에서 수술 후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부대로 들어갔다”라며 “이것이 전부”라고 규정했다. “그렇기에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추 장관은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남편의 교통사고사에다가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신파조의 호소를 이어갔고, 마지막엔 뜬금없이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결의로 맺었다. 국민을 ‘개혁’만 외치면 무조건 박수를 보내는 바보로 취급하는 행태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온갖 궤변을 총동원해 추 장관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을 제기한 사병의 실명을 공개하며 ‘단독범’으로 규정했다. 청와대는 추 장관 가족의 민원제기 사실이 담긴 국방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느닷없이 ‘공직 기강 감찰’을 선언했다. 내부 제보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 장관은 입장문에서 ‘거짓과 왜곡은 한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고 했다. 온 나라를 뒤흔들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퍼 올리고 있는 이 사건의 참담함을 근근이 견디는 국민의 심정으로 추 장관에게 자신의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 거짓과 왜곡과 강압으로 진실을 영원히 가릴 수는 결코 없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진실을 밝힐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