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앞으로 다가온 한가위 명절 귀성풍속과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 문제를 놓고 뒤숭숭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라는 대명제 앞에 이동과 집회가 유보돼야 한다는 명분은 역연하다.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잇달아 나서서 온라인 성묘와 이동자제를 권고했다. 야당 지도부는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 자중을 호소하고 나섰다. 국가적 방역위기를 지혜롭게 넘겨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신종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 이동자제를 권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국민에게 추석 명절에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는 개천절에 또다시 대규모 거리집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부디 여러분의 집회를 미루고 이웃 국민과 함께해주길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개천절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출당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안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도심 집회는, 중도층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서 등 돌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권에게 좋은 핑곗거리만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15 광화문 집회는 성공한 시위가 아니었다. 코로나19라는 재앙의 특수성을 외면한 집회강행 결과, 온 사방천지로부터 맹비난만 샀다. 현재 상황에서 오프라인 군중집회는 효과적인 의사표출 수단으로서는 하지하책(下之下策)에 불과하다. 아무리 소리 높여 ‘정권 퇴진’을 외쳐 봤자, 그 소리가 국민 귀에 들어가 민심이 반응하기를 기대하기는커녕 공포의 바이러스 전염병이 훨씬 더 빨리 가까이 다가와 생명을 위협할 따름이다.

시골 고향 집에서 자식들 기다리는 재미로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올해는 참아야만 한다. 이제 민중의 의사표시도 ‘온라인’ 등 비접촉 수단을 개발하여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만 할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슬기로운 선택이 절실히 필요하다. 명절풍속도 귀하고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우선 건강하게 살아남고 봐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