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대행 늘면서 문중교류 단절
재래시장 발길 예년의 10% 수준
코로나19 감염 우려 “고향 오지마”
농작물 피해 커 추석준비도 막막

경북지역 올 추석연휴 분위기는 전례 없이 썰렁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에 앞서 연례행사로 치러지는 산소 벌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중 외지인들의 출입을 사양하고 대부분 용역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 때문에 1년에 한번 조우하는 문중끼리의 교류도 단절된 상태다.

추석 추도예배와 차례도 포기하는 도민들이 많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에 ‘고향에 오지 말라’는 부모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영주 가흥동 김모(59)씨는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이번 추석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며 “올해 벌초와 제사는 아내와 둘이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연휴 3주를 앞둔 재래시장도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영주 전통시장에서 유과를 판매하는 A씨는 “예전 같으면 추석을 앞둔 이맘때 예약주문이 밀렸지만 올해는 1~2건에 불과하다”며 “재래시장이 침체되고 있어 가게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푸념했다.

영주지역 재래시장 물가동향을 보면 과채류는 20%, 축산물 중 소고기는 25%, 수산물 중 오징어는 4.5% 올랐다. 최근 잇따른 태풍으로 동해안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상인들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경산지역 재래시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태풍까지 겹치자 손님들은 평소의 10%로도 안 된다. 상인들은 손님들이 없어 평소보다 2시간 당겨 문을 닫고 귀가한다고 울먹였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이모씨는 “대전에 취업 준비를 하는 손자가 올 추석에는 못간다고 연락왔다”며 “코로나19가 1년에 한 번 보는 손자의 얼굴마저 못 보게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두 번의 태풍으로 극심한 낙과와 벼 도복 피해를 입은 상주지역 농민들도 올 추석이 반갑지가 않다.

아내와 4마지기의 벼를 재배하는 70대 정모씨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공서로부터 인력 지원을 받지 못해 추석연휴에도 아내와 함께 태풍에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워야 할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예천지역 주민들은 “자식들이 고향을 찾지 않는 것이 효도”라는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재발 당시 예천읍 S약국의 아들이 서울서 예천을 다녀간 후 지역에 다시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 그래서 주민들은 외지인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경주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큰 지진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 잇따른 최악의 태풍까지 이어진 포항의 상황은 더 나쁘다.

죽도동에서 전기렌지를 팔고 있는 60대 이모씨는 “하루 종일 사람 구경하기 어렵다”고 했고, 가게문을 닫는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포항중앙상가의 상인들도 “‘추석특수’는 옛말이다”고 했다.

신광면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70대 정모씨는 “사과 대부분이 낙과해 상실감과 절망감이 크다”며 “무엇으로 추석을 준비해야 할지, 손자 대학등록금은 무엇으로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고통스러워했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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