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형 준

섬을 쓸었네 늙은 청소부의 굽은 허리에 귀 맑은 들판이 열리네 그의 단아한 목가가 발밑에 수북이 쌓여 있네 은행잎 한 장 한 장마다 벼들의 수런거림 스며 있네 늙은 청소부는 고개를 수그리고 벼들을 바라보네 그는 낫질하듯 낙엽을 쓸었네 공중에 멈춰 선 연기가 되네 들판마다 불이 오르는 풍경 가까이 허리를 굽히네 그리고 그는 환한 얼굴로 벼 밑동처럼 남은 어스름 새벽을 리어카에 쓸어 담네

어스름 새벽은 새벽이 열리기 시작하는 어둠과 밝음의 경계의 시간을 의미한다. 경계는 항상 어떤 예감을 품고 고요하다. 그러나 그 고요는 정체된 머무름이 아니다. 매우 역동적인 움직임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시인은 감관을 활짝 열어 정중동의 새벽이 열리고 확장되어가는 미세한 시간의 흐름에 감응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