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정책을 주도하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잇따른 돌출 발언이 논란이다. 그는 한미동맹을 ‘냉전동맹’이라고 규정하며 ‘평화동맹’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즉각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장관은 또 우리에게 익숙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용어에서 ‘비핵화’를 빼고 ‘평화’를 슬쩍 끼워 넣어 말했다. 그의 발언 배경을 놓고 한동안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등 또 한판 소모전이 펼쳐질 개연성이 높다.

이 장관은 며칠 전 진보 성향 기독교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이홍정 총무와 만나 “한미 관계가 어느 시점에선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을 탈피해서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이 발언에 이례적으로 반박성 논평을 내놓았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를 통해 이 장관의 한미동맹 발언을 언급하며 “우리의 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선다”며 “경제, 에너지, 과학, 보건, 사이버안보, 여권 신장을 비롯해 지역과 국제적 사안 전반에 걸친 협력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 전략 지역의 안보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미국 국무부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인영 장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남북한이 주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의 시대를 열자”고 말해 또다시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 장관의 언급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한미동맹은 냉전의 유물”이라고 한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북핵을 인정하고 김정은과 평화공존하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통일부 장관의 동맹국 심기를 건드리는 일련의 발언 노림수는 대체 무엇인지, 걱정이다. 터무니없는 ‘평화 타령’으로 오히려 한반도 평화를 흔드는 이상한 돌출 발언은 자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