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태풍 외 집중호우에도 침수
시설물 위치 선정 문제 목소리
포항시 “물만 다시 채우면 돼”
주민들 “청소비는 혈세 아니냐”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하면서 형산강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7일 오전 포항시 남구 연일읍 포항형산강 야외 물놀이 시설을 비롯한 형산강 둔치가 물에 잠겨 있다. /이용선기자
포항 형산강 야외 물놀이장이 잇따른 태풍의 내습으로 침수됐다. 태풍은커녕 집중호우에도 침수된 전례가 있어 이 시설물의 위치 논란이 가속되고 있다.

7일 오후 3시께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 일대 ‘형산강 야외 물놀이장’. 이곳은 수위가 상승하며 불어난 강물로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103.4㎜의 비를 뿌리자 형산강에서 넘어온 강물이 둔치에 조성된 야외 물놀이장을 그대로 덮쳐 버렸다.

이로 인해 포항시가 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만든 성인풀, 어린이·유아풀 등의 다양한 물놀이 시설과 탈의실, 샤워실, 매점 등의 편의시설이 물 아래로 잠겨버렸다.

포항시민 김모(78)씨는 “매년 여름이면 이곳은 강물이 넘쳐 흐르는 상습 침수 구역이다”며 “애초부터 이곳에 수영장을 짓는다는 게 말이 안 됐다. 물이 빠지고 나면 수영장에 흙이 넘칠 건데 청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시민의 세금으로 지불하는 것 아니냐”며 꼬집었다. 이어 “매년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며 “시에서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며 비판했다.

앞서 발생한 침수 이력은 이러한 비판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형산강 야외 물놀이 시설은 지난 8월 8일부터 8월 23일까지 운영됐는데, 물놀이 시설 운영 전인 지난 7월 23일∼24일, 운영일인 8월 8일 모두 물에 잠겼다. 이날까지 포함하면 한 해에 모두 3차례나 침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포항시는 향후 형산강 물놀이장 운영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영장에 물을 다시 채우는데 비용이 300만원 소모될 뿐, 기존 두 차례 침수에도 시설물이 부서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 2017년∼2019년까지 형산강에서 물이 범람한 적이 없어 물놀이 시설장을 만들게 됐다”며 “놀이공간이 마땅히 없는 주민들이 이곳에 와서 힐링을 하고 기쁨을 누리면, 침수가 된 후 발생하는 유지보수비용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