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먼 길을 돌아왔네’ 발간한 시조시인 서숙희

일상적 체험을 중심으로 한 사색의 깊이와 은유적 성취가 탁월하고 감각적 언어로 진단해가는 자기모색이 남다른 시인. 포항의 중진 시조시인 서숙희 시인 얘기다.

그가 최근 시집 ‘먼 길을 돌아왔네’(푸른사상)을 발간했다.

서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월간문학 소설 신인상과 2015 김상옥문학상, 2017 백수문학상, 제25회 이영도 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서 시인에게 이번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금환일식’

태양은 순순히 오랏줄을 받았다
팽팽하게 차오르는 소멸을 끌어안아
일순간
대명천지는
고요한 무덤이다

입구와 출구는 아주 없으면 좋겠다
시작과 끝 또한 없으면 더 좋겠다
캄캄한 절벽이라면 아, 그래도 좋겠다

빛을 다 파먹고 스스로 갇힌 어둠둘레
오린 듯이 또렷한 금빛 맹세로 남아
한목숨,
네 흰 손가락에
반지가 되고 싶다

-시조집 ‘아득한 중심’등 그동안 시조집, 시조선집 4권을 펴내오다 이번에 시집을 펴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2015년, 2016년에 세 번째 시조집과 시조선집을 냈다. 이후 5년 동안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들이 시집 한 권 분량이 넘었다. 시집으로 묶지 않고 너무 오래 지나면 낡은 작품이 되어버리고, 또 시대적인 흐름이나 정서에도 처지게 된다. 마침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창작지원금 선정 작가로 1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았기에 그간의 발표작을 모아서 한 권으로 펴내게 되었다.

-시집에 담긴 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가 있다면.

△흔히 시인들이 가장 난감함을 느끼는 질문이 바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모든 작품 한편 한편에 최선을 다한 그야말로 피와 눈물의 시다. 그러니 모두가 마음에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자기 시다. 그만큼 자기 작품에 애착과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고르라면, 2017년 백수문학상을 받은 작품 ‘금환일식’이라는 시조이다. 백수문학상은 현대시조의 완성을 이룬 한국시조단의 거목 백수(白水) 정완영 선생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이다.

 

-시집을 읽고 주변의 반응, 다른 평론가들이나 시인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내 작품을 크게 나누어보자면 서정성 짙은 작품과 단단하고 강인한 시어들을 사용한 남성적 이미지의 시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시집에서는 문학평론가이며 시인이신 안양대학교 맹문재 교수께서 해설을 맡았는데, “부조리한 운명을 비관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하였다.

지금까지 대체로 시조단의 평은, 능숙한 시어 부림으로 정형미학을 개성적으로 이끌어 내는 시인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작품 또한 밀도 높은 시어들로 명징한 이미지 구축과 삶의 심층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작품이라고 평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흔히 시를 써서는 밥 먹고 살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시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시인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을 수 있다. 현대시가 난해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인데, 나는 현대시조를 쓰는 사람이다. 문화적 역사와 전통을 지닌 나라는 모두 그 나라 고유의 정형시가 있다.

우리나라는 시조라는 빼어난 외형률을 지닌 시조가 있다. 우리말로 쓰는 시, 우리 호흡으로 쓰는 시, 가장 운문적이며 운문의 완성을 지향하는 시가 바로 시조이다. 한번 읽고 가까이 해보시면 시조의 매력에 빠져든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마음이 어수선한 지금, 부족하지만 내 시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우리 문학, 시와 시조가 더 많이 사랑받고 읽혀지기를 바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