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과 해일파도 상상 이상 위력
바다와 맞닿은 상가들 피해 극심

3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해안의 방파제 축대벽이 태풍 마이삭이 몰고 온 강풍과 해일파도에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이용선기자

적군의 포탄이 한가운데 떨어졌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훑고 지나간 3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이 딱 전쟁통마냥 그랬다. 목재나 콘크리트같은 건물 잔해들이 차도와 인도 구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원상복구를 위해 정리를 시작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도 아직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넋을 놓고 바라보는 상인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바다와 마주닿아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이곳은 태풍으로 인한 비바람보다는 강한 파도에 더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구룡포항 북방파제주차장에서 호미곶 방향으로 붙어있는 상가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구룡포읍 내 다른 가게들은 간판이 떨어지거나 유리창이 깨진 정도였다면, 200m 거리 안에 집합해있는 10여 채의 건물들은 당장 무너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이날 광일회대게 앞에서 만난 한 상인은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태풍 매미가 왔을 때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면서 “가게 2층 천장이 무너져내렸고, 1층 절반이 물에 잠겼었다. 다음주 월요일에 태풍이 또 온다는데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다른 상가들의 상황도 비참하긴 마찬가지였다. 바로 옆에 있는 파도소리 횟집 역시 건물 내외부 중 성한 곳은 간판뿐이었다. 좁은 입구를 지나 들어간 실내에는 파도를 타고 바다에서 넘어온 해양쓰레기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고인 물웅덩이 사이로 깨진 유리파편들이 널려있었다. 말그대로 아수라장이다.

파도소리 횟집을 운영하는 탁원경(58)씨는 “어른들에게 전해들었던 최악의 태풍인 사라호 때보다 피해가 더 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라호’는 ‘매미’ 이전에 최악으로 꼽혔던 1959년도 태풍이다. 당시 태풍의 여파로 구룡포읍은 집과 담장이 무너지고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허물어지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탁 씨는 “그 땐 목조건물이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은 레미콘과 철근을 이용해 파도를 막는 벽을 쌓아 대비했는데도 이러한 상황”이라면서 “이럴 때를 대비해 재해보험을 들어두려고 했는데, 위험지역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해 보험도 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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