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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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이 또 바뀐다. 또 생뚱맞은 낯선 이름 하나가 들린다. 수십년간을 겪었던 경험이다. 최근 미래통합당은 새 당명 ‘국민의힘’과 정강·정책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신학국당, 미래통합당, 그리고 국민의 힘. 외우기가 힘들 정도로 당명이 바뀐다.

그건 여당도 마찬가지. 민주당, 민주통합당, 통합민주당, 새천년민주당, 평화민주당, 새정치 민주연합, 더불어 민주당. 아마 정부수립 후 만들어진 정당 이름은 100개는 족히 넘을 듯하다.

당명이 바뀐다고 사람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정책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국회에서의 정책의 토론이 아닌 구태의연한 욱박지르기 모욕주기는 여전한데, 당명이 바뀐다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잘못이다. 국민의 힘이라면 지금까지 국민의 힘은 안중에도 없다가 이제 알게 된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국민의 힘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힘에 의존하여 오다가 이제 뒤늦게 국민의 힘을 이용하고 싶어서일까? 정당 이름을 바꾸는 것이 정말 중요할까? 그 보다는 정당조직문화와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틀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이름을 바꾼다고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국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당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이해가 된다. 미국, 영국 등 정당의회주의 선진국가들에 비하여 한국에서는 정당들의 이름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정치인들은 그런 정당들을 오고가는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보다 개인의 이익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당은 개개인 정치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일 뿐이다. 미국에는 2개의 주요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200년 가까이 미국 전통을 지켜왔다. 두 정당은 다양한 계층의 미국인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광범위한 정치적 견해를 수렴하고 있다.

미국에서 정당의 뿌리는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의원이건 국민이건 미국에서 소속정당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건 유럽의회 정치의 상징 영국이나 의원내각제인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계산에 의해 이리 저리 정당을 옮기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한 경우는 별로 없다. 정당 이름을 바꿔 크게 정치가 나아진 경우도 없다.

정당 이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진정 국민을 위한 자세이다. 이제 정치인들은 순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그리고 당선을 위해 정당을 만들고 해산하고 그리고 정당을 이리 저리 옮기는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어야 한다. 정당이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성실하게 국민을 섬기고 법을 지키며 국가를 위하는 진정하고 올바른 자세이다.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이름을 바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정하여 반성하고,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 힘이라는 엉뚱한 또 하나의 정당이름을 보면서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필자같은 시니어들은 정당들 이름 외우기도 이제 벅차다. 요즘 시니어 인구의 비율이 증가한다고 하는데 시니어들이 외우기도 힘든 정당 이름 제발 그만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