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문 재

밥을 먹다가 놀라 눈을 감았다

숟가락에 나의 생일이 들어 있기도 했지만

그가 예고한 단식일이 천둥소리를 내며

내 손을 내리친 것이다

반찬거리로 먹던 정치인들도

대출이자도 순간 뭉개졌다

죽음의 명분이 밥과 연결되고

희망지수가 밥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이

숟가락 속에서 푯대처럼 흔들렸다

계승이란 사람에게 돌아가는 일이라고

그의 단식일이 생각보다 힘이 셌다

이인삼각의 결단이

결코 권태의 산물이 될 수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창도 방패도 아니라고

당돌하게 착각했던 날들을

절벽 아래로 떨어뜨렸다

노조 가입 신청서를 처음 썼을 때처럼

갈림길을 지나가기로 했다

길거리의 단식 현장을 바라보는 시인은 처음 노조 가입 신청서를 썼던 때를 떠올리며 지금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사람의 단식이 여러 사람의 희망과 밥이 된다는 것을, 연대도 계승도 안일하게 생각하지나 않았는지를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안일한 일상이 자칫 목숨 걸고 길거리에서 자기를 버리는 단식을 간과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때처럼 갈림길에서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