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준KBS포항방송국장
박혁준
KBS포항방송국장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앙드레 말로와 자크 랑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문화정책은 유럽연합의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 문화생활 향유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간의 문(Les portes du temps)’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방학을 이용하여 각 지역에 소재한 문화 관련 기관의 후원을 받아 주요 문화유산을 생생히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포항시에서도 청소년재단 주최로 포항·경주·울산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해오름동맹 청소년문화교류캠프’를 작년에 운영하며 세계 최강인 포스코의 철 생산과정을 견학하고 한국로봇융합원에서 로봇 조립 체험 기회를 갖는 등 도시 특성에 맞게 산업적 관광자원을 중심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제공하며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후에 프로그램이 재개되면 참가 학생들이 넉넉한 시간을 갖고 장기읍성의 유배문화체험촌과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그리고 포스코야경 등을 포함한 ‘포항 12경’을 방문해 수백 년을 넘나드는 시간의 문을 열게 되기를 기대한다.

포항에 12경이 있다면, KBS포항방송국에는 지난 60년 간 포항권역의 방송 송출을 믿음직하게 책임지고 있는 12개의 송신시설(송신소와 무인 TV중계기인 TVR)이 있다. 1961년에 호출부호 HLCP로 덕수동에서 첫 전파를 쏜 이후 해도동을 거쳐 현재의 상도동 시대에 이르기까지 포항시(포항국 사옥 방송탑, 영일·조항산 송신소, 구룡포·도음산TVR), 경북 울진군(현종산과 온정TVR), 영덕군(축산·영덕TVR), 울릉군(울릉·가두봉TVR)과 독도(독도TVR), 그리고 경북 일원의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수신료로 최고의 방송기술 전문가들이 설치 및 유지, 관리해 온 포항방송국의 12개 송신시설이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처럼 지상파의 하늘을 떠받치며 전파 수신 음영지역이 없도록 주어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1975년에 문을 연 KBS울릉중계소와 1996년에 신설된 독도TVR은 자체 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포함한 TV, 라디오와 DMB 전파를 울릉도 주민과 동해에서 조업하는 어민들뿐만 아니라 독도경비대 및 방문객들에게 수신 가능케 함으로써 일상적인 방송 서비스는 물론 각종 재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는데 기여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전파주권을 독도 반경 50Km 범위로 확대하며 굳건히 지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방송국에서는 자체 케이블망도 운용하고 있는데, 북구 기북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난시청지역인 관계로 조항산 송신소의 방송전파를 포항방송국 직원들이 설치한 케이블망을 통해 약 500세대에 달하는 주민들께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시청자들께서 주시는 소중한 수신료로 만들어진 KBS의 프로그램과 방송시설은 세대와 세대, 공간과 공간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잇는 시간의 문이 되어 무료 지상파 방송 수신권으로부터 소외되는 시청자가 한 명도 없도록 앞으로도 맡은 바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